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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기는 야구…코리안키즈‘기적’ 을 쏘다
美 시카고 대표팀 8-4 제압
11전 전승 ‘퍼펙트 우승’

최신가요 크게 틀고 훈련
이색 세리머니…놀이하듯 경기


‘즐기는 야구’가 기적을 만들었다. 그리고 한국 야구에 새 비전을 제시했다.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 라마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결승에서 미국의 시카고 대표팀을 8-4로 꺾었다. 이날 우승으로 한국은 1984ㆍ1985년 연속 우승 이후 무려 29년 만에 세계 리틀야구 정상에 등극했다.

한국은 마운드에서 이어던지기로 미국 타선을 봉쇄한 에이스 황재영과 채해찬이 공격에서도 각각 2타점과 1타점으로 맹활약하며 승리를 주도했다. 만12세 이하 서울시 대표로 꾸려진 이번 대표팀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예선에서 6전 전승을 거두고 월드시리즈 무대에 올랐다. 본선에서도 체코와 개막전부터 4전 전승으로 국제그룹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결승에 오른 한국은 미국그룹 1위인 시카고 대표팀마저 꺾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만12세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주축을 이룬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국내 여느 중고교의 스파르타식 훈련 방식과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해 여기까지 왔다. 장내에 최신가요를 크게 틀고 훈련했고, 훈련시간은 하루 2시간으로 제한했다. 엄격하고 가혹하게 선수들을 몰아붙이는 일선 학원 스포츠 현장과는 딴판이었다.

이들은 월드 시리즈 현장에서도 천진난만하게 야구란 ‘놀이’를 즐겼다. 경기 전 대회 마스코트 인형과 함께 춤을 추는가 하면, 경기 도중 팀이 승기를 잡으면 단체로 우샤인 볼트의 ‘번개 세리머니’를 연출하는 등 마음 내키는대로 순간순간을 즐겼다. 긴장하거나 억눌린 행동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은 예선 3차전과 국제그룹 결승전에서 연속으로 만난 일본 대표팀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4일 국제그룹 결승전에서 패자부활전을 거쳐 올라온 일본에 4-2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전 한국 선수들은 공식 인터뷰에서 “일본이어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가 아니고 야구니까 이겨야 한다”는 대답을 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일본 선수들과 티셔츠를 바꿔 입으며 같이 놀면서 우정을 다졌다. 어른들이 갖고 있는 한일전에 대한 인식과는 많이 달랐다.

이심전심. 일본의 어린 선수들도 승자 한국을 거리낌 없이 응원했다. 리틀리그 야구 월드시리즈는 전통적으로 결승전까지 모든 경기가 끝난 뒤 각국 선수들이 함께 출국하도록 되어 있다. 일본 대표팀은 3ㆍ4위전을 승리로 장식한 후 관중석에서 이날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이날 리틀리그 야구 월드시리즈를 단독 생중계한 MBC 스포츠 플러스 허구연 해설위원은 “일본 정치인들보다 낫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가혹하게 어린 선수를 몰아붙이기보다 즐길 수 있는 환경 하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판을 벌여줬을 뿐이다.

어린 선수들은 이런 가운데서도 프로 선수 버금가는 승부욕을 불사르며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냈다. 29년만의 기적은 아주 작은 생각의 전환에서 이뤄진 셈이다.

이는 프로 입문과 대학 진학을 원하는 소수의 정예를 대상으로 혹독한 훈련량과 입상 등 성적을 강요하는 국내 학원 스포츠에 시사점을 던져준다. 야구 기계가 능사는 아니다.

이번 우승은 특히 미국, 일본 등 다른 야구 선진국과 비교해 열악한 인프라 하에서 거둔 결실이라 그 의미가 더 크다는 평가다.

국내 유소년 야구팀은 초등학교 100여개, 리틀 야구팀 150여개 등 총 250개로 전국대회가 열리는 지방 도시에는 선수ㆍ가족ㆍ관계자 등 약 1만 여명이 모여든다. 그러나 리틀 야구단 전용구장은 단 7곳뿐이다. 또한 리틀야구 선수들이 꿈꾸는 프로의 등용문인 고교야구는 총 54팀으로 일본의 4030팀과 비교해 75배나 적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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