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유소연 “인비 언니한테 뿌리기만 했던 샴페인 세례, 오늘은 제가 받았네요”(종합)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최)나연언니가 앞으로 매주 수요일 저녁을 셋이서 같이 먹자는데요?”

낯설고 물선 미국 투어에서 세 명은 서로에게 의지했다. 나이는 모두 달랐고 경기장에선 양보없는 라이벌이지만, 서로의 존재가 없었더라면 고단한 미국 생활을 견디기 힘들었을 터다. 지난주 수요일 셋은 캐나다의 한 식당에 모였다. 박인비가 메이저대회 우승 ‘턱’을 내는 날이었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박인비의 결혼(10월13일)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필드 위 승부사에서 20대 아가씨들로 돌아와 마음편하게 힐링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흘 뒤. 셋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리더보드 최상단에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난 주인공은 지난 2년 간 누구보다 우승에 목말랐던 유소연이었다.

유소연(24·하나금융)이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으로 2년 만에 LPGA 투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유소연은 25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런던 헌트 앤드 컨트리클럽(파72·6656야드)에서 열린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에 보기 2개를 묶어 3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를 기록, 2위 최나연(27·SK텔레콤·21언더파 267타)과 3위 박인비(26·KB금융·18언더파 270타)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유소연은 2012년 8월 제이미파 톨리도 클래식 이후 2년 만에 우승을 신고했다. 2011년 US여자오픈까지 포함해 LPGA 투어 통산 3승. 우승 상금은 33만7500 달러(약 3억4000만원)다. 26일 발표될 세계랭킹에서 유소연은 9위에서 5위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유소연은 “(박)인비 언니에게 우승 축하 샴페인은 여러번 뿌려봤는데 이제야 비로소 인비 언니가 뿌리는 샴페인 세례를 맞게 됐다”고 웃으며 “정말 오랫동안 기다린 우승이다. (최)나연 언니가 거의 다 쫓아와서 사실 긴장했다. 하지만 나 자신을 믿었고 내 플레이에 집중하려고 했다. 16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우승을 예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소연은 또 “우승 후 나연 언니가 앞으로 매주 (대회 전날인) 수요일 셋이서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다”며 “좋은 전통이 될 것같다. 앞으로 그렇게 할 것이다”고 했다.

준우승 세차례에 ‘톱10’ 27차례. 지난 2년간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했지만 유소연은 LPGA 선수들 중 누구보다 꾸준히 정상권을 지켰다. 하지만 늘 마지막 한 걸음이 모자랐다. 그러나 올시즌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교체한 퍼터가 자신감을 줬다. 유소연이 국가대항전인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퍼트를 쏙쏙 집어넣는 걸 보고 ‘퍼트 여왕’ 박인비가 유소연과 똑같은 일자형 퍼터(테일러메이드 고스트투어 데이토나 12)로 바꿨을 정도다.

사흘간 무려 20타를 줄이는 압도적인 경기를 선보인 유소연은 이날도 전반에만 보기없이 버디 4개를 잡아내 손쉽게 우승컵을 가져가는 듯 했다. 하지만 후반 첫 10번홀(파5)에서 보기를 적어낸 뒤 15번홀(파4)에서도 2m 파퍼트를 놓쳐 또 한 타를 잃었다. 유소연이 흔들리는 사이 챔피언조에서 동반한 최나연이 맹타를 휘두르며 1타차로 유소연을 압박했다. 하지만 16번홀(파5)에서 승부가 결정났다. 최나연은 16번홀에서 벙커샷을 홀 2m에 떨어뜨린 뒤 버디를 놓쳐 타수를 줄이지 못한 반면 유소연은 세번째 샷을 홀 1.7m에 붙여 버디를 잡아내 최나연과의 격차를 2타로 벌렸다. 유소연은 버디에 성공한 후 우승을 예감한 듯 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anju1015@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