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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현 백블로, 패인 아냐” “지공 펴며 기다렸어야”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파이터인 ‘스턴건’ 김동현(33ㆍ팀매드)의 대권가도가 무참히 중단됐다. 지난 23일(한국시간) 중국 마카우 코타이아레나에서 열린 UFN(UFC Fight Night) 48 코메인이벤트에서 동급 랭킹 4위의 강자 타이론 우들리(32ㆍ미국)에게 파운딩 세례를 받은 끝에 1라운드 1분1초만에 TKO로 패했다.

김동현 본인은 물론 많은 관계자들과 팬들은 제대로 기량을 펼쳐 보이지 못하고 경기 초반 일방적인 형태로 패배한 데 대해 큰 아쉬움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김동현은 이번 패배로 5연승 달성에 실패했다. 이번 경기 승리시 노려볼 수 있었던 타이틀 도전권도 우들리의 차지가 됐다. 탑랭커들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 한 탓에 대권가도에 다시 뛰어드는 데는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김동현은 실적으로 실력을 증명해온 선수다. 이전까지 UFC에서 13경기를 뛰는 동안 패배는 고작 2번 밖에 없었던 만큼 상위권 진입과 타이틀 도전은 충분히 시야에 넣을 자격이 있는 파이터였다. 그런 그에게 이날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김동현의 패인과 관련해 김기태 다이도주쿠 카라테 공도(쿠도) 한국 대표, 이성호 탑FC(TOP FC) 해설위원과 이야기 나눠 봤다.

▶카운터 허용한 백스핀블로 시도, 과연 잘못된 선택이었나=이날 경기와 관련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는 것 하나는 우들리의 카운터에 제물이 된 백스핀블로를 시도한 부분이다. 김동현은 1라운드 초반 맞잡은 상태에서 벗어나자 잠시 뜸을 들이나 싶더니 기습적으로 왼손 백스핀블로를 시도한다. 하지만 이 때 우들리의 주먹이 먼저 김동현에게 꽂힌다. 그로기에 빠진 김동현은 캔버스에 쓰러진 상태에서 방어에 사력을 다했지만 이미 상당한 대미지를 안은 채론 쏟아지는 우들리의 파운딩 연사를 감당하지 못 했다.

팬들과 동호인 다수는 이 공격이 읽혔기에 카운터를 허용하고 말았다며 무모한 공격이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해당 시점에서 충분히 시도해 볼 만 한 공격으로 보기에도 별 무리가 없다. 김기태 공도 한국 대표는 “서로 감싸쥐며 힘싸움을 벌이던 중 김동현은 우들리의 완력을 느낀 뒤 타개책을 찾아야겠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완력의 우위로 자신감을 얻은 우들리가 클린치가 떨어진 뒤로는 밀고 들어올 것이 예상됐기에 김동현으로서 백스핀 블로를 날려본다는 자체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분석했다.

백스핀블로는 동작이 커 상대에게 빈틈을 보이기 쉬운 약점이 있지만 장점도 분명 있다. 체중을 실은 공격이므로 파괴력이 높고, 통상공격과는 전혀 다른 동선과 궤적에서 날아들기 때문에 누구도 예상 못 한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활용해 볼 만 하다. 얻어걸리기라도 하면 경기를 순식간에 뒤집는 요행도 바랄 수 있다. 김 대표는 “팬들이 놀랐던 게 역설적으로 이번 공격의 기습으로서 가치를 증명한다. 뿐만 아니라 이 공격이 설령 실패한다 하더라도 러시 일변도의 상대를 주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전술적으로는 공수 양면의 효과를 모두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공격 시도는 실패했고, 심지어 패배의 직접 빌미를 제공했다. 우들리가 이런 김동현의 전략을 간파하고 미리부터 대비했던 걸까? 속사정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김동현에게 운이 너무 나빴다”고 김 대표는 진단했다. 우들리는 김동현이 백스핀블로를 날리기 전 찰나의 페인트를 쓰던 시점에서 이미 손을 내고 있었다는 사실이 녹화 영상의 허리와 어깨 움직임으로 확인된다. 우들리는 파고들어 치려던 게 아니라 선제타를 날리면서 김동현을 뒷걸음치게 만들려 했던 것이다. 즉 우들리의 선제타 시도가 김동현의 자체 동작과 겹치면서 자동 카운터를 만든 것이다.

아무리 동체시력과 신체반응이 빠르더라도 이번처럼 빠른 타이밍에 카운터를 치지는 못 한다. 실제 김동현은 백스핀블로를 시도하며 몸을 90도 정도 왼쪽으로 돌리던 시점에서 얼굴 오른쪽 옆면과 뒤통수에 펀치를 허용했다. 그 후에도 김동현이 몸을 왼쪽으로 계속 돌린 건 자의가 아닌 원심력 때문이다. 한바퀴 360도중 나머지 270를 채 돌기 전 다리가 풀리면서 우들리의 몸통 태클에 캔버스로 나동그라졌다.

▶김동현, 만약 카운터 맞지 않았다면 ‘매미권’ 꺼내들었을까=만약 김동현이 이 카운터를 허용하지 않았더라면 김동현은 어떤 전략을 펼쳤을까. 입버릇처럼 강조하고 있는 전진스텝과 압박을 계속 실천했을까, 아니면 ‘승리의 수호자 매미’를 즉각 소환했을까. 이성호 탑FC 해설위원은 “김동현이 이미 패배의 변에서 많은 이야기를 고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현은 경기 뒤 다소 이례적으로 마련된 케이지 즉석 인터뷰에서 “화끈한 경기를 하고 싶었다. 양성훈 관장(팀매드)이 짜놓은 작전이 있었는데 내 욕심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이를 비추어 생각해 보면 양 관장은 경기 초반 전진 압박이 아니라 탐색과 아웃복싱으로 경계한 뒤 인파이팅과 그라운드 싸움을 적절히 섞는 완급을 주문했던 것이 아닐까 추측 가능하다. 또는 전진 압박이란 큰 뼈대의 전략은 같으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습은 피하는 작전을 주문했을 수도 있다.

이성호 위원은 “양 관장이 사전에 지공책을 주문했을 것을 확신한다”면서 “다만 코메인이벤트라는 책임감과 관중들의 열띈 성원에 김동현이 다소 감정에 휩쓸려 이미 짜온 전략을 수행하지 않은 게 아닌가 싶다. 백스핀블로 공격도 그런 의미에선 과한 시도로 볼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아울러 이 위원은 “직전 두 경기에서 에릭 시우바, 존 해서웨이를 상대로 전진 압박으로 KO승이란 기대 이상의 결과를 냈지만, 이들이나 김동현보다 우들리는 엄연히 한 수 위의 기량이었기에 이런 방법이 통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하고 “지공을 통해 끈질기게 기다리면서 허점을 노리는 전략으로 승부해야 옳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동현은 이번 패배로 웰터급 내 입지가 좁아진 것은 사실이다. 반드시 패해서만은 아니다. 상위 랭커와의 간극이 적지 않음이 이번 경기를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권 도전 가능성이 완전히 날아가 버린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아직 다시 도전할 기회는 있다. 조바심 내지 말고 부상 회복 등 만반의 컨디션을 갖춘 상태에서 복귀 일정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yjc@heraldcorp.com

사진: 김동현이 백스핀블로 시도중 타이론 우들리의 카운터성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뒤통수에 허용하는 장면. 원래 후두부 가격은 금지돼 있으나 이처럼 공격을 받는 선수 스스로 급격한 움직임을 보이다 발생한 상황이면 유효한 공격으로 인정될 수 있다. 사진=경기 TV 중계 장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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