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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한 암살자의 귀환‘ 박인비 “작년 연장 우승 경험 덕분에…”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조용한 암살자’의 위용이 되살아났다. 전날 3라운드를 마친 후 “장타자들에게 유리한 코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그의 ‘최종무기’는 역시 승부홀마다 눈부시게 빛난 컴퓨터 퍼트였다. 날카로운 퍼트 감각을 앞세워 앞서 가던 경쟁 상대를 소리없이 압박한 그가 마침내 연장 끝에 역전 우승을 일구며 통산 다섯번째 메이저 왕관을 썼다.

‘골프여제’ 박인비(26·KB금융)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네번째 메이저대회인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2연패에 성공했다.

디펜딩챔피언 박인비는 1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의 먼로 골프클럽(파72·6717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 브리트니 린시컴(미국)을 연장전으로 끌고갔다. 박인비는 18번홀(파4)에서 치러진 연장서 파를 지키며 보기를 적어낸 린시컴을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로써 올시즌 2승·메이저 대회 첫승을 기록한 박인비는 LPGA 통산 11승, 메이저 5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33만7500달러. 박인비는 19일 발표될 세계랭킹에서 한계단 오른 2위에 자리하게 된다.


박인비의 우승은 무엇보다 미국 선수들과 장타자들의 잔치가 된 올시즌 LPGA 투어의 분위기를 확 바꿔놓았다. 이전 세차례 메이저대회(렉시 톰슨, 미셸 위, 모 마틴)에서 모두 우승컵을 가져간 미국은 이 대회서도 린시컴을 앞세워 메이저 싹쓸이를 노렸지만 박인비의 매서운 기세에 제동이 걸렸다. 전날 3라운드를 마친 후 “이번 대회서 우승하면 올 하반기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했던 박인비는 자신감 넘치는 예언대로 하반기 대반격을 예고했다.

박인비는 우승 후 “최근 몇차례 정상 문턱까지는 갔었는데 우승을 못했다. 드디어 우승을 하게 돼 기쁘고 무엇보다 2연패를 이뤄내 영광스럽다”며 “연장전 티박스에 섰을 때 처음으로 긴장됐다. 지난해 연장 끝에 우승한 장면이 리플레이되는 느낌이었다. 지난해의 경험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던 것같다”고 했다.

박인비는 이날 퍼트수가 30개로 치솟았지만 결정적인 퍼트를 모두 성공시키며 우승 발판을 놓았다. 승부홀은 17번, 18번홀(이상 파4)이었다. 전날 3라운드서 17, 18번홀에서 4m 안팎의 퍼트를 깔끔하게 떨어뜨리며 단독선두 린시컴을 1타차로 압박한 그는 최종라운드 17, 18번홀서도 3~4m의 퍼트를 똑같이 성공시키며 역전 우승의 꿈을 부풀렸다.

반면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 268.9야드(3위)의 투어 대표 장타자 린시컴은 비거리에선 박인비(평균 247.5야드·91위)를 압도했지만 중요한 순간 퍼트 실수가 잇따라 눈물을 흘렸다.

린시컴은 박인비가 17번홀의 비교적 긴 버디 퍼트를 성공하고 18번홀을 파 세이브해 1타차로 쫓겼지만, 마지막 18번홀 두번째샷을 그린 프린지에 올린 뒤엔 우승을 예감한 듯 캐디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린시컴의 미소는 이 때가 마지막이었다. 린시컴은 세번째샷을 퍼터로 굴렸지만 공은 홀컵에 한참 못미쳐 멈췄고 2m가 넘는 파 퍼트를 결국 놓치면서 연장전으로 끌려갔다.

같은 홀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는 박인비의 침착함이 돋보였다. 박인비는 티샷을 린시컴보다 30야드가량 덜 보내고 두번째 샷도 그린 뒤 러프로 보내 위기를 맞았다. 두번째 샷을 또다시 그린 가장자리로 보낸 린시컴은 이번엔 퍼터 대신 웨지를 잡았다. 하지만 린시컴이 2m 가까이 파 퍼트를 남긴 반면 박인비는 러프에서 친 웨지샷이 홀 1.2m 근처까지 굴러갔다. 박인비는 마지막까지 흔들림없이 파 퍼트를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7)는 마지막 날 맹타를 휘두르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17번홀과 18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하는 바람에 3위(8언더파 280타)에 자리했다. 지난주 LPGA 투어 데뷔 첫승을 기록한 루키 이미림(24·우리투자증권)은 이날 2타를 잃어 5언더파 283타로 공동 6위에 올랐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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