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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홍길용> 반기업 정서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삼성공화국’, ‘안티 현대차’. 섬뜩한 말들이 등장하고 있다. 나라 경제를 이끌고 매년 수 천 억 원의 사회적 나눔을 펼치는 데도 대기업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선은 좀처럼 따뜻해지지 않고 있다. 대학생들이 존경하는 기업인으로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을 손꼽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얄미운 삼성’, ‘오만한 현대차’라며 손가락질이다. 심지어 정부와 정치권까지 우리 대기업들이 금고에 돈을 쌓아놓고 투자와 고용을 외면한다며 ‘세금 회초리’를 들 정도다.

기업과 재계 단체들은 속이 탄다. 나라 경제와 국민 살림를 책임진 기업들에 박수는 치지 못할 망정, 왜 색안경을 끼고 보느냐고 하소연이다. 왜 대기업을 보는 일반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까?

누구나 잘하는 것을 뽐내고 싶어한다.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반대로 누구에게나 허물은 있고, 대부분 이를 감추고 싶어한다. 보통 사람들은 백 번 잘하다 한 번 못하는 이보다는, 백 번 못하다 한 번 잘하는 이에게 좀 더 관대하다. 그래서 백 번 잘하던 사람은 한 번의 잘못에 잘 대처해야 한다.

진(陳)나라 사람이 어느 날 공자(孔子)에게 따진다. 공자가 엄격한 예법을 주장하면서도 모국인 노(魯)나라 군주 소공(召公)가 예법에 어긋났는데도 이를 두둔했다는 이유다. 공자는 바로 잘못을 인정한다. “비록 잘못이 있어도 사람들이 반드시 이를 지적해 알게 해주니 행복하구나(幸 苟有過 人必知之)”라고. 공자는 자신의 잘못을, 오히려 높은 인품을 빛내주는 계기로 승화시킨 셈이다.

기업도 지배구조가 됐건 제품이나 서비스 관련이 됐건 잘못을 지적받을 때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진심어린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따지고 피하려 할수록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

물론 온전히 기업의 잘못이 아닌데도 비난받는 경우도 있다. 주로 다른 집단과 이해가 부딪히는 경우다. 그런데 이럴 때는 약자인 쪽에 양보하는 게 낫다.

옛 중국 제(齊)나라 재상이자 거부(巨富)였던 맹상군이 영지 백성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를 되돌려 받지 못할 때가 있었다. 가신 중에 풍환(馮驩)이란 사람이 채권 회수를 자처한다. 그런데 그는 빚을 돌려받기는 커녕 빚을 탕감해주고 돌아온다. 그리곤 한다는 말이 “지금 군께 부족한 것은 (돈이 아니라) 은혜와 의리입니다”였다. 맹상군은 마뜩찮았다.

그런데 맹상군이 위기에 처해 의지할 곳이 없을 때 빚을 탕감해 준 영지의 백성들이 그를 환대했다. ‘교토삼굴(狡兎三窟)’ 고사의 일부분이다. 얼마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 건물에 손괴를 입힌 택시기사를 구제해 준 일화도 같은 맥락이다. 조금 손해를 보면 더 많이 얻을 수도 있다.

그래서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가 중요하다. 세금 잘 내야 하고, 남자라면 병역도 다해야 한다. 사회적 의무를 다하지 않는 지도층은 특권층이다. 고대 로마군은 시민군이었다. 그래서 지도층들은 늘 전쟁에 앞장섰고, 이를 자랑스러워했다. 로마의 방어를 용병이 맡으면서 제국은 쇠퇴한다. 지금 대한민국을 이끄는 것은 기업인이다. 높은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글로벌 기업이 되려해도 높은 도덕성은 필수다. 법과 제도를 초월하는 게 보편적 가치, 도덕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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