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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술칼럼] 종합격투에서 통하는 입식타격
[헤럴드스포츠=박성진 무술 전문기자]1993년, UFC를 모태로 해서 태어난 현대 종합격투기(MMA)는 이제 스무 살이 넘은 성년이 되었다. 그 20년의 시간 동안 ‘이종격투기’라는 투박한 모습에서 ‘종합격투기’라는 하나의 독립된 스포츠가 만들어진 것이다.

지난 20년은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UFC는 주짓수와 무에타이, 레슬링과 가라테가 대결을 벌여 우열을 가리는 곳이 아니다.

UFC는 이제 종합격투기에 적응한 레슬링, 종합격투기에 걸맞는 킥과 펀치를 날릴 수 있는 무에타이, 복싱을 구사할 수 있는 선수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에타이, 가라테, 복싱을 베이스로 하는 선수들을 뭉뚱그려서 스트라이커파로, 주짓수, 레슬링, 유도를 베이스로 하는 선수들을 그래플러파로 구분한다면, 적어도 2014년 현재 시점에서 종합격투기를 주류는 그래플러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종합격투기 파이터 남의철이 무에타이 유단자로 승단한 후 성이현 관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그래플러 출신의 종합격투가로 케인 벨라스케즈, 존 존스, 다니엘 코미어, 조니 헨드릭스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무너졌던 대표적인 스트라이커파의 대표들이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 마우리시우 쇼군, 료토 마치다 등이다.

물론 경량급 쪽으로 갈수록 앤소니 패티스, 조제 알도와 같은 극강의 스트라이커들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종합격투기 전반적으로 스트라이커들이 그래플러들의 틈바구니에서 버티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려워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종합격투가들의 면면을 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종합격투기에서 유도의 아이콘과 같은 추성훈, UFC 10승의 위업을 달성한 김동현 역시 유도를 기반으로 하며, 정찬성, 남의철 같은 선수들은 대표적인 코리안탑팀의 레슬링 키드들이다. 한국 주짓수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주짓수를 기반으로 세계 탑클래스의 격투가로까지 성장한 선수는 아직 찾기 어렵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하면, 전반적으로도 그렇지만 한국 격투계에서는 아직 종합격투기에 맞는 스트라이커를 길러낼 수 있는 지도자가 극히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표적인 종합격투기에서 통하는 입식타격을 지도할 수 있는 극소수의 전문가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영동삼산 무에타이의 성이현 관장이다.

성이현 관장에게 무에타이 또는 입식타격을 배운 선수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남의철, 이은수, 이재선, 권배용 등 한국 종합격투기의 대표적인 선수들이 모두 성 관장의 손길을 거쳐갔다.

그러나 성이현 관장도 처음부터 종합격투기에 맞는 타격을 지도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제 기반은 정통 태국식 무에타이입니다. 종합격투기 선수로 활동한 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종합격투기에 최적화된 타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처음부터 알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요. 처음 종합격투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지도했던 것은 무에타이,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에타이로 대표되는 입식타격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던 성 관장이었지만, 자신이 지도한 선수들이 종합격투기에서 다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것은 아니었다.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종합격투기에서 통하는 입식타격, 킥과 펀치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솔직히 말하자면,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저도 깨닫고 배워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 관장이 말하는 순수 입식타격과 종합에서의 타격은 어떻게 다를까?

“무에타이 등의 입식타격은 무엇보다 컴비네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펀치, 킥, 무릎, 팔꿈치 등이 조화롭게 구사되면서 상대 선수를 천천히 무너뜨리는 것이지요. 물론 한 방의 펀치로 승부가 갈릴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그 한 방을 목표로 하는 선수는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성 관장이 말하는 입식과 종합에서의 차이는 두 가지다.

“우선은 무게 중심의 차이를 들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입식타격의 중심은 종합격투기에서보다 높습니다. 태클 등의 테익다운을 방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종합에서는 입식에서보다 더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대응을 하지 못하면 자신의 펀치와 킥을 내기 어렵습니다.”

또 하나의 차이는 무엇일까?

“다른 하나는 거리입니다. 무에타이는 무에타이의 거리가 있고, 복싱은 복싱의 거리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종합격투기가 되면 그 거리의 개념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데, 그 거리를 내 타격이 가능한 거리로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떻게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점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거리가 실제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어떻게 지도하느냐가 어려운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종합격투기에서 입식타격을 잘 구사하는 선수로 성 관장이 꼽는 선수는 누구일까?

“조제 알도와 같은 초일류 선수도 있지만, 얼마전 UFN에서 레슬링 베이스의 짐 밀러와 싸웠던 도널드 세로니를 꼽고 싶습니다. 만만치 않은 상대였는데, 그야말로, 입식타격을 무기로 가진 선수가 그래플러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로드FC에서 이광희를 꺾은 브루노 미란다 역시 아주 인상적인 경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성 관장이 언급한 경기에서 도널드 세로니는 ‘딥’이라고 불리는 무에타이 앞차기로 짐 밀러를 무너뜨린 후, 헤드 킥으로 승부를 끝냈다. 브루노 미란다는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이광희에게 지속적인 펀치와 킥으로 공격을 상쇄시키다가 결국 몸통에 꽂아넣은 니킥으로 이광희의 도발을 중단시켰다. 두 경기 모두, 정통 입식 타격을 배우지 않은 선수라면 보여줄 수 없는 모습들이었다.

성 관장이 입식과 종합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기로 꼽은 또 하나의 대결은 바더 하리와 알리스터 오버림의 두 번에 걸친 대결이다.

첫 대결에서는 입식을 주로하는 바다 하리가, 종합격투식으로 무식하게 돌격하는 오버림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두 번째 대결에서는 오히려 바다 하리가 종합격투가와 같은 훈련을 통해 준비를 한 반면, 오버림은 입식 선수의 마음으로 바다 하리를 상대했다가 패하고 말았다.

“이 경기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입식에서건 종합에서건 중요한 것은 경기에서 상대를 내 스타일로 끌고 들어오는 것입니다. 말은 쉽지만 여기서 A급 선수와 B급 선수가 나뉩니다. 견고한 상대방의 스타일을 무너뜨리고 내 스타일로 경기를 이끌어가는 선수, 국내에서는 남의철 같은 선수를 꼽고 싶네요.”

성 관장을 알고 지낸 것이 벌써 10년이 지났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성 관장은 무에타이 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 사이 적지 않은 차이가 생겼다. 10년 전 성 관장은 오로지 무에타이밖에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시선이 무에타이 안에만 갇혀있지 않았다. 심지어는 틈틈이 주짓수까지 배우고 있다는 성 관장이다.

한국 격투계, 지금까지도 많이 변해왔지만, 앞으로 더 많이 변해갈 것 같다. 


kaku6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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