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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 기자의 화식열전> 호복기사에 감춰진 혁신의 성공비결
중국 전국시대 조(趙)나라는 무령왕 때 움직임이 거추장스러운 전통 복식을 버리고 북방 기마민족의 복식(胡服)을 군대에 도입해 말을 타면서 활을 쏘는(騎射) 능력을 갖춤으로써 전투력을 크게 높였다. 그래서 ‘호복기사’는 비효율적인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실용성을 추구해 문제와 체질을 혁신하는 말이 됐다.

제대로 된 혁신은 상식을 넘어선다. 그래서 역사상 많은 혁신가들은 한때나마 ‘미친 놈’ 취급을 당했다. 늘 반대가 거셌다. 무령왕의 호복기사 도입에도 난관이 많았다. 그런데 사기(史記)에 나온 무령왕과 호복기사 찬성파들이 반대극복 논리가 흥미롭다.

먼저 ‘일을 의심스러워 하면 공을 세우지 못하고,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일을 행하면 명예를 얻을 수 없다(疑事無功, 疑行無名)’이다. 일단 혁신을 하기로 했으면, 믿음을 갖고 추진하라는 뜻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일이 이뤄진 뒤에도 알지 못하나, 지혜로운 사람은 일이 이뤄지기 전에도 알아본다(愚者闇成事, 智者睹米形)’는 격언도 나온다. 그리고 ‘무지한 자의 즐거움은 현명한 자의 슬픔이며, 어리석은 자가 비웃는 일을 지혜로운 사람은 이미 통찰하고 있다(狂夫之樂 智者哀焉, 愚者所笑 賢者察焉)’라는 말이 뒤를 잇는다. 혁신은 통찰력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전통과 관습을 고집하고, 다르고 새로운 것을 피하려는 태도를 질책한 말도 있다. ‘같은 나라 안에도 지방에서는 풍속이 다를 수 있다. 천박한 견해에는 궤변이 많다(窮鄕多異 曲學多辯)’라는 일침이다. 이득이 된다면, 실행하는 방법을 꼭 하나로 일치시킬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실사구시(實事求是)와도 뜻이 통한다고 하겠다.

요즘 우리 산업의 처지가 어렵다. 최대 산업인 IT 하드웨어는 중국의 추격이 거세고, 소프트웨어는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간판 산업인 자동차도 수입차의 공세로 가장 돈 되는 안방시장이 위협받고 있다. 화학, 철강, 조선 등도 중국 특수가 사라지면서 내리막이다. ‘혁신’이 절실하다.

재계의 고민인 경영권 승계작업을 푸는 답도 사실은 ‘혁신’이다. 이제 우리 재계 대부분은 40~50대의 3세 경영인이다. 어차피 시간이 갈수록 총수 일가 지분률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경영권의 정당성은 지분률보다는 능력이다. 워렌 버핏이나 잭 웰치, 빌 게이츠나 스티브잡스, 그리고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ㆍ래리 페이지의 리더십도 지분률이 아닌 혁신 능력이었다. 혁신 과정에서의 반대와 난관을 넘어 성과를 내는 능력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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