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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 실력 딸리는 탈북 대학생…취업 암담
[헤럴드경제] 탈북 대학생들은 영어 실력이 턱없이 부족해 4명 중 3명은 공인영어능력시험 점수가 아예 없고, 나머지도 토익 점수가 평균600점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에서 제대로 된 영어교육을 받지 못했고 한국에서도 체계적 지원이 부족했던 탓이다. 이는 결국 취업실패로 이어져 탈북자가 사회적으로 성공할 길을 제한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함께하는재단 탈북민취업지원센터’는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26개 대학에 재학 중인 탈북 대학생 10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76명(74.5%)이 공인 영어능력시험 점수가 없다고 답했다고 10일 밝혔다.

시험을 본 나머지 26명의 점수도 토익(TOEIC) 기준으로 평균 658점에 불과했다.

토익 점수가 900점 이상인 학생은 한 명도 없었고, 800점대는 2명이었다.

영어 조기교육 탓에 대기업에 들어가려면 900점 이상은 돼야 한다는 말이 상식처럼 통하는 현실에 비춰보면 암울한 결과다.

응답자 대다수는 서울 지역 4년제 대학에 다니고 있었고 이른바 ‘명문대’ 소속도 많았지만 영어 실력은 이에 걸맞지 않았다.

탈북자들은 통상 걸음마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고 한국에 도착한다.

전문가들은 중·고교에선 탈북자들을 위한 학습지원이 어느 정도 이뤄지지만, 대입 이후에 이들은 사실상 무관심 속에 방치된다고 지적했다.

전공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대학이 느는 점도 문제다.

설문조사에 응한 탈북 대학생 102명 중 91명(89.2%)은 소속 학과에 영어로만 진행되는 과목이 있다고 답했다.

탈북자 출신인 서강대 3학년생 A(24·여)씨는 “수업의 70∼80%가 영어로 진행되고 있고 특히 외국인 교수와는 아예 말이 안 통한다”고 털어놓았고, 건국대 4학년생인 탈북자 B(27)씨는 “지난 학기에 영어 강의만 세 과목을 듣느라 너무 힘들었다”고토로했다.

영어 능력이 부족한 탈북 대학생들은 학점관리와 취업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 셈이다.

영어 실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 사회의 특성 때문에 탈북자들이 취업경쟁에서 도태되는 구조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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