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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윤재섭> 지역주의 극복…다음 도전이 기대된다
한국 정치사에 기록될 대이변이 나왔다. 만국병인 지역주의를 극복한 사례이다. 7ㆍ30 재보선에서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는 49.4%의 득표율로, 40.3% 득표율에 그친 경쟁자 새정치민주연합의 서갑원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의외의 결과에 놀라는 눈치다. 사실 그랬다. 막판 돌풍에 기대감을 표시하긴 했지만 선거일 하루 전인 30일까지 새누리당 지도부 역시 이 후보의 ‘석패’를 예견했었다. 영남의 보수정권이 선택한 후보가 호남의 벽을 허물기는 그 만큼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새누리당이 전신인 민자당 시절까지 통틀어 호남에서 국회의원 당선자를 배출한 건 1996년 15대 총선(강현욱 전 의원 군산을 당선)이후 18년 만이다. 또 전북을 제외한 광주ㆍ전남지역만으로 따지면 선거구제가 1구 2인 선출에서 1구1인 선출 소선거구제로 바뀐 1988년 13대 총선이후 26년 만이다.

이같은 이변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인간 이정현의 ‘용기’와 ‘뚝심’ 덕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그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선거를 치렀다. 당 지도부의 유세지원 손길을 만류하고, 자전거 유세를 펼치며 민심을 파고들었다. 그에게 포기란 없었다. 그는 이번 재보선에 앞서 1995년부터 2012년까지 17년 간 세 차례에 걸쳐 호남의 벽에 도전했다. 1995년 기초의원 선거가 첫번째 시도였다. 그는 광주 광산구 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다가 10.05% 득표율로 낙선했다. 두 번째 도전은 2004년 17대 총선 때다. 광주 서구을에 출마해 1.03%의 득표율을 거뒀다. 그에게는 참으로 처참하고, 뼈아픈 결과였다. 이로 인해 그는 호남에서 출마하려거든 당적을 바꾸든가, 웬만하면 ‘호남 벽 허물기’를 포기하라는 지인들의 충고를 들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굴복하지 않았다. 8년 뒤인 2012년 19대 총선 때 광주 서구을에 재도전했다. 결과는 희망적이었다. 비록 낙선하기는 했지만 39.7%의 득표율을 얻었다. 사실 그가 이번 재보선에 팔걷고 나설 수 있었던 것도 2년 전 도전결과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당선은 단순히 포기할 줄 몰랐던 한 뚝심있는 정치인의 개인적 승리에 그치지 않는다. 만국병이던 지역주의를 극복한 한국 정치사의 승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실 이 당선인에 앞서 지역주의를 극복하려 시도한 용기있는 정치인이 없지 않다. 지난 6월 대구시장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의 김부겸 후보가 가장 대표적인 예다. 그는 6.4 지방선거에서 40.3%의 득표율을 얻었다. 야당 후보치고는 놀라운 성과였다. 앞서 그는 2012년 총선 때도 대구 수성갑에서 40.4%를 득표했다. 이는 1988년 이후 대구 경북지역의 총선과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야권 후보가 거둔 최고 득표율이기도 했다.

김 후보는 비록 낙선했지만 당시 아름다운 도전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당당히 고난의 길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정현의 당선을 지켜보면서 비로서 이제 우리 정치의 희망을 보게 된다.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선진 시민과 의식있는 정치인을 보았기 때문이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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