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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종대 한국감정원장 “감정평가 심판기능 강화”
[헤럴드경제=대담 장용동 대기자, 정리=박일한 기자] 부동산 감정평가 시장이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고급 민간 임대 아파트인 ‘한남더힐’의 분양전환 감정가가 감정평가법인 간 3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게 알려지면서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성이 크게 떨어졌다. 정부가 ‘감정평가 타당성조사’ 등 감독기능을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에 이관하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자 이 업무를 맡아 왔던 민간 조직인 한국감정평가협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민간업체들은 공기업이 민간의 밥그릇을 빼앗아 가는 꼴이라며 소송전까지 벌일 태세다.

▶공적기능 강화후 민간 감정평가 손뗀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역삼동 한국감정원 강남지사에서 만난 서종대 한국감정원 원장은 “민간 감정평가 업체들이 한국감정원의 역할에 대해 오해를 많이 하고 있다”며 손사래부터 쳤다. 


국민들의 재산을 평가하는 감정평가 기업들이 국민들로부터 보다 신뢰받는 업계로 변신하기 위해선 한국감정원의 공적기능 강화가 필수라는 게 서 원장의 생각이다.

-민간 감정평가업체들이 한국감정원이 정부의 정책적 배려를 통해 민간의 밥그릇을 빼앗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민간의 감정평가 업무 영역은 늘었고 우리는 크게 줄었습니다. 지난 20년간 감정평가시장은 10배로 커졌습니다. 그런데 한국감정원의 평가시장 점유율은 51%에서 작년 말 7.4%까지 6분의1로 떨어졌습니다. 평가 수수료 수입이 1000억원대에서 300억원대까지 줄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민간 평가법인들은 수수료 수입을 10배가량 늘려왔구요. 한국감정원은 2009년 이후 정원을 100여명, 지사는 10여개 줄이는 등 커다란 고통을 감내해 왔습니다. 줄어든 수입은 대부분 대형 감정평가법인들의 수입 증가로 이어졌죠.”

-민간업체들은 한국감정원이 감정평가시장에서 민간과 함께 경쟁하는 ‘선수’로 뛰면서 타당성 조사 등 ‘심판’ 역할까지 맡기는 걸 문제 삼고 있습니다. 최근엔 심판 역할을 맡는 제3의 기관을 설립하자고 요구하고 있는데요.

“감정평가 시장에서 심판역할을 할 제3의 기관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한국감정원이 공기업으로서 그런 역할을 하면 그만인데요. 설사 그런 기관이 만들어지면 그 일을 누가 하겠습니까? 아마도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에서 대부분 인력을 파견할 겁니다. 한국감정원은 부감법(부동산감정평가 및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이 완료돼 공적기능을 확실히 부여받으면 민간 감정평가 시장에서 손을 뗄 겁니다.”

부감법 개정은 2007~2009년 감정평가업계에서 과다보상, 부정담보평가 등 부당감정평가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이후 추진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국토연구원, KDI 용역을 통해 한국감정원의 공적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의 ‘감정평가시장 선진화방안’을 만들었고, 2011년부터 이의 법적 근거로 부감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부감법 개정은 언제 마무리됩니까?

“최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민간 협회에서 자기 감시기능을 갖는 게 잘못됐다는 여론이 만들어진 상태입니다. 7월초 새로 구성된 국회 국토교통위위원회에서도 한국감정원 같은 공적기관에 의한 평가 정보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공감이 형성됐구요. 올해 내 부감법 개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엔 감정평가 업무를 완전히 그만 둔다는 말씀인가요?

“단계적으로 감정평가에 손을 뗄 예정이지만, 선진국 사례처럼 재정이 투입되는 보상평가나 국공유재산의 매각평가 등은 유지했으면 합니다. 공익의 최후 보루이자 공익평가기준 제정기관으로서 제한적인 평가기능은 유지돼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 제한적 공익 평가기능을 통한 수수료 수입은 많아봤자 전체 시장규모 5000억원 중 3.4%인 170억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민간에 침해가 될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IT기술 활용, 감정평가 업무 첨단화= 서 원장은 중장기적으로 한국감정원을 ‘세계 최고의 부동산 조사, 통계 분석기관’으로 탈바꿈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한국감정원과 같은 부동산 가격관련 모든 조사와 공시, 평가, 통계, 거래 및 건축 관련 정보를 망라해 관리하는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조사, 통계 분석 전문 공기업으로 발전하려면 준비해야할 게 많겠습니다.

“지난 3월 취임이후 조직부터 바꿨습니다. 대표적인 게 전산부를 전산실로 승격하고 인력을 보강한 겁니다. 정보를 다루는 기관에선 데이터베이스와 각종 기술적인 지원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축적된 자료를 분석할 석박사급 인력도 20여명 새로 뽑았습니다. 이들에게 국민들에게 필요한 부동산 정보를 보다 현실감 있게 전달하는 과제를 줬습니다. 하반기부터 주택 매입 시기, 세금 부과 등 현실적인 고민에 도움이 될 만한 각종 통계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달부터 조사원들이 새로 개발한 스마트폰 앱(Application)을 이용해 현장조사 업무를 하고 있는 게 신선해 보입니다.

“취임후 바로 모바일 현장조사 앱을 개발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세상은 각종 정보통신(IT) 기술 개발 등으로 첨단화돼 있는데 감정평가 업무를 하는 방식은 과거 그대로더군요. 조사원들이 현장조사업무를 할 때 미리 인쇄해 준비된 도면과 체크리스트에 조사내용을 기입한 후, 사무실로 복귀해 이를 다시 컴퓨터에 입력해야 했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었죠. 딱 3개월만에 개발을 끝냈습니다. 지금은 모바일 현장조사용 앱을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 설치해 담당자가 현장에서 로그인하면 조사대상물건 리스트와 위치도, 형상, 용도지역, 기존조사가격 등이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화면에 새로운 현장조사 내용을 입력하고 사진을 찍으면 그대로 본사의 메인 서버에 입력됩니다. 과거엔 한 직원이 20~30개 현장을 커버했는데 이젠 100개까지 가능해졌습니다. 부동산 조사와 평가업무에 IT기술을 적용하면 새로운 부가가치가 많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 원장은 스마트폰을 직접 보여주며 작동원리를 설명했다. 한국감정원은 앞으로 이를 활용해 표준지공시지가 상시관리, 지가변동률, 공동주택가격 조사 등 각종 조사 업무를 할 계획이다.

▶주택시장 회복될 것= 서 원장을 방문한 25일은 마침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새 경제팀이 대출규제 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주택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날이기도 했다.

오랫동안 토지 및 주택 관련 공직에서 몸담은 부동산 전문가이기도 한 서 원장은 “당장은 큰 움직임은 없겠지만 매매심리 개선에 큰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침 새 경제팀이 주택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솔직히 깜짝 놀랐습니다. 자료를 보니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이라고 ‘활성화’란 표현이 나왔더군요. 제 기억에 10년 만에 처음으로 부동산 대책에 활성화란 표현을 쓰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도 주택시장 ‘정상화’나 ‘회복’ 같은 단어를 썼지 이렇게 직접적으로 표현하진 않았습니다. 그만큼 새 경제팀이 자신감을 내보인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당장 심리적으로 주택시장 회복 기대감이 커질 겁니다.”

-한국감정원은 정부의 공식 부동산 시장 통계 작성기관이기도 합니다. 주택 시장 동향 관련 새로운 지표를 늘 접하고 있을 텐데 주택시장 전망을 해주십시오.

“주택시장이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큰 집으로 옮기는 등으로 교체수요가 많고, 1979년부터 1992년 사이에 태어난 ‘에코세대’가 주택을 사기 시작할 나이가 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최근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땅이 너무 많이 팔린 게 걸립니다. 수도권 주택 건설용 부지가 소진되기 시작하는 4~5년후부터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jumpcut@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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