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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고령화 사회, 금융자산도 늙어간다
본지, 통계청자료 분석
2010년 가계저축액 비중 15%…노후대비 3년새 19.5%로 상승
직접투자는 10.6%서 8.3%로…금융시장 활력감소 대책 시급


우리나라 인구가 급속도로 노령화하면서 가계의 금융자산도 늙어가고 있다.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늘어나 자산 축적 형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불안한 고용은 노후 준비 기간을 단축시키면서 위험회피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22일 헤럴드경제가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 중 저축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5%에서 2013년 19.5%로 높아졌다. 이 저축액 중 주식이나 채권 등 직접투자상품에 투자한 비중은 같은 기간 10.6%에서 8.3%로 낮아졌다. 

저축액이 늘어난 반면 위험자산 투자 비율이 감소한 것을 볼 때, 가계가 금융자산을 갈수록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그만큼 가계자산 운용은 수입이 적어질 미래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 100세 시대를 맞아 더욱 그렇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12년 12%를 기록, 고령사회(14%)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초고령사회(20% 이상)에 진입한 유럽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고령인구 비중이 적지만, 가계 금융자산은 이들 국가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김경수 성균관대(글로벌경제학과) 교수 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패널 분석을 통해 ‘고령화가 가계부문 금융행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고령화는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 ▷순저축률 ▷금융자산 대비 위험자산 비중 등에 영향을 미친다. 가계자산이 보수화되면서 금융부채와 위험자산 비중이 줄지만, 가처분소득 감소로 순저축률은 낮아진다.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을 보자.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금융부채의 총량이 증가한 가운데 금융자산 대비 부채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중은 49.5%였다. 2013년에는 45.7%로 3.8%포인트 감소했다. 위험을 없애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가계의 순저축률도 비슷한 추세다. 3저(저달러ㆍ저유가ㆍ저금리) 호황을 누리던 1988년의 이 비율은 24.7%였다. 카드사태 직전인 2002년에는 0.4%까지 곤두박질쳤다가 지난해 4.5%로 조사됐다. 가계 순저축률은 실제 소비할 수 있는 돈에서, 쓰고 남은 돈을 실제 소비한 돈으로 나눈 것이다.

김 교수는 “OECD 국가들을 분석한 결과 고령화는 가계의 재무적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이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관련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계 경제학자인 모딜리아니(F. Modigliani)는 사람들이 대체로 남은 수명을 고려해 현재 소비를 결정한다는 ‘생애주기’ 가설을 주창했다. 개인들은 소득발생과 소비시점이 일치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저축과 차입을 적절히 활용한다는 말이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전체 금융자산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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