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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유럽 명품 전성시대
‘미제(美製)’. 미군이나 미국으로부터의 원조물품이 수입품의 대부분이던 1970년대 초반까지는 이 한 마디면 ‘끝’이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는 ‘일제’면 다 통했다. 1990년대는 국산의 시대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만드는 물건들을 웬만하면 우리나라도 만들어냈다. 21세들어 중국산 제품이 전세계를 휩쓴다. ‘세계의 공장’에서는 만든 값 싼 공산품은 대형마트라는 새로운 문화를 통해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요즘엔 미제나 일제라고 혹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중국산도 비지떡 취급을 당한지 오래다. 하지만 유럽산 명품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수 백 만원짜리 가방도, 수 천 만원짜리 시계도, 억 대를 호가하는 자동차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집에서만 쓰는 그릇이나 주방기기까지 독일과 프랑스 제품들이 불티난 듯 팔린다.

그 결과 올 상반기 유럽연합(EU)에 대한 무역적자만 35억 달러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8%나 늘었다. 만성적이라는 대(對)일본 적자는 이 기간 134억 달러에서 106억 달러로 20%나 줄었다. 수입총액도 유럽이 일본을 꺾었다니, 그야말로 유럽 전성시대다.


사실 유럽은 미국이나 일본 이상의 경쟁력을 가진 곳이다. ‘명품’, 즉 고급브랜드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몇 해 전 유럽을 괴롭혔던 재정위기는 유로화 약세로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전화위복이 됐다. 우리나라와는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고속도로까지 뚫려 있다.

우리의 1세대 기업인들은 대부분 일본어에 능통했다. 요즘 관료들과 기업인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유학을 했다. 요즘에는 중국에 대한 공부도 열심이다. 미국의 원뿌리도, 일본 근대화의 바탕도 유럽이다. 오늘날 중국의 경제발전 기틀을 다진 덩샤오핑(鄧小平)도 프랑스 유학파다. 유럽을 좀 더 공부할 때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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