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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확신’ 잃어간다…이력효과(履歷效果)에 빠진 韓 경제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한국 경제가 저성장에 익숙해져 성장에 대한 확신을 잃어가는 ‘이력효과(履歷效果, hysteresis effect)’의 늪에 빠져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리적 요인이 현실에 그대로 반영되어 성장 동력 자체를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한영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한국경제는 경기침체가 길어짐에 따라 저성장, 저소비, 저투자, 저고용 등 거시경제 성과가 필요이상으로 악화되는 이력효과의 비정상적 국면을 통과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정부의 재정ㆍ통화정책은 경제상황의 심각성에 비해 오랫동안 무채색에 가깝게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에 대한 기대성장률이 하락하면 기업과 개인의 경제활동은 위축되고, 이는 다시 기대성장률을 떨어뜨려 경제주체들이 소비ㆍ투자 계획을 잠재성장률 이하로 축소하는 악순환이 바로 이력효과의 무서운 점이다.

실제로 올해 시작 때만 해도 경기에 대한 기대감은 나쁘지 않았다. 세계경제 회복의 흐름을 타고 모처럼 4%대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런데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묻지마식’으로 대외신인도를 높여 원화가치 상승을 초래,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세월호 사고가 터지면서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수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에 정부당국은 예상 성장률을 도로 3%대로 떨어뜨렸다.

문제는 경기 참여자들이 대체로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새 저성장에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성장에 대한 확신을 잃어가는 이력효과가 거론되는 이유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10년을 제외하고 최근 7년간 한번도 4%대 성장을 달성하지 못했고 이젠 그게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과 세계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세계 14위 수준으로 5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을 거듭해온 데 따른 것이다. 미래 전망은 더 암울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031~2060년엔 0.55%까지 떨어져 사실상 ‘제로 성장’에 머물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최경환 경제팀의 어깨가 역대 어느 경제팀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다. 재도약과 장기침체의 기로에 선 우리 경제를 일으킬 수 있는 골든타임이 1~2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지금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신흥국들의 추월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 뒤를 바짝 뒤쫒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2010년부터 해마다 6%가 넘는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와 인도네시아가 각각 연 3%, 6%의 성장을 지속한다고 가정할 경우 11년 뒤면 인도네시아에 덜미를 잡히게 된다.



▶이력효과란= 낮은 경제성장이 몇년간 계속될 경우 경제 참여자들이 성장에 대한 확신을 잃게 되고, 이런 심리적인 요인이 다시 경제에 반영돼 실제성장률도 떨어지게 된다는 이론이다. 한 물체가 외부의 힘에 의해 변형을 겪을 후엔 쉽사리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실험심리학 용어인 ‘이력 현상’에서 뜻을 빌려왔다. 1980년대 미국의 불경기와 19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을 설명하는데 주로 인용됐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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