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미화 100만달러 이상의 투자자산을 보유한 개인’이 고액자산가로 통하지만 한국의 부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부자 소리 제대로 들으려면 금융자산이 100억원은 있어야 하고, 품위 유지를 위해 200만~300만원은 언제든 한번에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부자들은 대체 얼마나 갖고 있고, 또 어떻게 쓰며, 아울러 대물림이나 환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2014 한국부자보고서’를 보면 대한민국 부자들의 현상과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한국의 부자들은 총 16만7000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화 100만달러 이상의 투자자산을 보유한 개인’이 전 세계적으로 1630만 가구가 있다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최근 보고서 내용을 고려하면 전 세계 부자 100명 중 1명은 한국에서 사는 것이다. 한국의 부자들은 무슨 생각으로 어떤 생활을 할까.
▶부자들, “자산 100억원은 돼야 진짜 부자”=한국 부자들이 가진 금융자산은 총 369조원으로 1인당 평균 22억1000만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의 0.33%가 총 금융자산의 14%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부자들은 자신이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신이 부자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8%가 “부자가 아니다”고 답했다. 즉 한국 부자들은 22억여원의 금융자산을 가져도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을 만큼 부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자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은 무엇일까. 가장 많은 응답자인 30.5%가 최소 100억~150억원은 있어야 부자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4.5%는 50억~100억원이라고 말했고, 18.3%는 150억~300억원이라고 답했다.
부자들이 목표로 하는 자산규모는 대체 얼마나 될까. 응답자의 40.3%가 50억~100억원이라고 답했다. 100억~300억원이 31.8%, 50억원 미만이 20.3%, 300억원 이상이 7.8% 등이었다.
보고서는 “한국 부자의 현재 자산 중앙값이 44억원인데 반해 목표자산 중앙값은 70억원”이라며 “부자들은 현재 자산의 두 배 가까운 목표를 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식교육에 월 329만원 써도…3명중 2명은 ‘기부 안한다’=부자들의 생활수준을 보자. 한국 부자들은 연평균 3억1000만원을 벌어 월평균 1022만원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일반 도시가구보다 6배 이상 더 벌어 4배 가량 더 쓰는 셈이다.
부자들은 주로 의류ㆍ잡화(18.4%)나 여가ㆍ취미(16.2%) 등의 지출비중이 커 삶의 질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녀 교육비에 가처분소득의 17%를 쓰는 등 여전히 많은 돈을 썼다. 심지어 학교에 다니는 자식이 있는 부자는 월평균 329만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연소득이 3억원 이상인 상위그룹(19.3%)이 연소득 1억5000만원 이하인 하위그룹(12.7%)보다 지출비중이 커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 교육비를 더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부자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점차 늘고는 있지만 아직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한국의 부자 중 기부를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35.3%로 집계됐다. 즉 아직도 3명 중 2명은 자신의 부를 사회에 나누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자발적인 마음이 우러나지 않는다’는 응답이 50.7%로 가장 많았다. 사회공헌 단체에 대한 불신(23.8%)이나 세금공제 등 정책부족(8.5%) 등도 원인으로 꼽았다.
부자들의 기부를 활짝 열기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다만 기부 경험이 있는 부자들은 해마다 기부금액을 늘려가고 있었다. 이들의 지난해 평균 기부액은 1475만원으로, 지난해(1323만원)보다 9.8% 많아졌고 일반인(21만원)보다도 70배 많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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