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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꿈이요? 인비 언니처럼… ^^”
두려움 없는 스윙…열아홉살 당찬 신인 ‘백규정’
무려 2승 불구 “100점 만점에 70점”…잦은 기복 고민이라는 욕심많은 신인

생각 많으면 되레 리듬만 나빠져
주저없이 바로 샷 날리는 모습…KLPGA 특급신인의 트레이드마크



두려움 없는 스윙. 그의 플레이를 처음 본 이들이 한결같이 느끼는 모습이다. 이제 막 프로무대에 데뷔한 열아홉살 신인. 하지만 쟁쟁한 선배들의 추격에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성큼성큼 내닫는다. 결단을 내리면 그 즉시 과감하게 샷을 날리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백규정(19·CJ오쇼핑). 올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주름잡는 신인 3총사 가운데 가장 앞서 달리는 특급루키다. 상반기 벌써 2승(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스·롯데칸타타오픈)을 올린 그는 올시즌 첫 다승자, 신인상 포인트 1위(800점), 역대 신인 중 최단기간 상금 2억원 돌파, 상금 랭킹 4위(2억5696만원)를 기록 중이다. 첫 우승 순간엔 올해 KLPGA 투어 TV중계 최고 시청률까지 찍을 만큼 가장 핫한 선수로 주목받고 있다. 상반기를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그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에 애교있는 경상도 억양으로 “요즘 전 방황 중이에요~ 고민이 많아요~” 한다. 믿기진 않지만 고민이 뭔지 들어봤다.

▶“상반기 제 점수는요, 100점 만점에 70점”=무려 2승을 했는데 스스로 매긴 점수가 너무 짜다 싶었다. “우승 빼고는 기복이 너무 심했어요. 그래서 요즘 반성 중이고 고민도 많고 머리가 복잡해요.” 사실 그의 말마따나 우승하지 않은 대회에서 톱10에 든 것은 단 한차례 뿐이다. 컷탈락도 두 번 있었다. 언니들의 조언이 많은 힘이 됐다. 같은 매니지먼트사 소속인 박인비(26) 유소연(24)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언니 왜 이렇게 샷이 안맞는 걸까요.” 박인비와 유소연은 쿨하게 답한다. “얘, 네가 걱정하는 거 우리가 다 해봤거든. 그런데 그래봐야 너만 힘들어져. 앞으로 골프 칠 날이 얼마나 많이 남았는데 벌써부터 걱정하면 어쩌니. 그냥 쉴 땐 아무 생각없이 푹 쉬고, 한 번 해봐야겠다 마음 먹으면 또 열심히 하면 되는거야.” 이미 그들도 오래 전 백규정과 똑같은 시련을 겪고 파고를 넘었을 터다. 백규정은 “힘들 때마다 언니들 말을 자꾸 되새기게 된다”고 했다.

“필드 안에서 제가 컨트롤할 수 있는 건 제 마음 뿐이잖아요. 요즘 그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프로데뷔 첫해 상반기에만 2승을 거뒀는데, 백규정은 “반성중”이라고 했다. 10대 답게, 신인답게 고민도 많다. 백규정이 더 큰 선수로 성장해가고 있다는 반증처럼 보였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효주와 라이벌의식이요? 당연히 있죠”=백규정과 김효주는 서로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예외없이 거론되는 동갑내기 라이벌이다. 프로 데뷔는 김효주가 1년 먼저 했지만 두번째 우승은 백규정이 빨랐다. 백규정이 올해 2승으로 치고 나가자 곧바로 김효주가 2승으로 반격했다. 백규정은 “라이벌 의식은 당연히 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 수다 떨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정말 좋아하는 친구다”고 했다. 백규정과 함께 올해 신인 트리오로 맹활약 중인 김민선 고진영도 절친들이다. 국내외 투어에 나가면 맛집이나 명소, 야시장 등을 함께 찾아다니며 필드 밖 생활을 즐기려 노력한다. 백규정이 “사실 민선이 진영이한테도 말하지 않은 게 있다”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들은 정말 친한 친구인데 경쟁을 해야 하잖아요. 어떨 땐 그게 참 혼돈스러운 거에요. 멘탈코치인 조수경 박사님께 여쭤봤어요. 조 박사님이 ‘너희들은 친구가 아니다’ 하시더라고요. ‘매주 순위가 매겨지는 전쟁터같은 곳에서 지내는 너희들은 보통 친구 개념과는 다르다. 경쟁자이지만, 서로에게 응원해줄 수 있는 경쟁자다’고 하시는데, 그 말씀 듣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어요.”

▶“제 꿈이요? 인비 언니처럼…”=백규정의 샷은 프리루틴부터 군더더기가 없다. 목표 지점을 바라본 뒤 주저없이 바로 샷을 날린다. 그 모습에 “신중하지 않다. 성의없이 치는 것같다”는 지적도 받는다. 그의 생각은 다르다. “대충 치는 게 아니라 판단을 빨리 하는 거죠. 루틴에서 ‘생각하는 곳’과 ‘실행하는 곳’이 있어요. 생각은 뒤에서 다 해놓고 실행하는 곳에 와서 또 생각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주말골퍼들에게 줄 수 있는 팁을 물었다. “프로암 때 보면 대부분 너무 오랫동안 퍼트를 만지막만지작하시는 거에요. 그럼 리듬이 다 망가지거든요. 그럴 때 말씀 드리죠. 방향 보고, 공 보고, 바로 치세요.” 가장 자신없다는 퍼트 순위는 올시즌 무려 6위(평균 29.59개)다. 그의 해석이 재미있다. “제가 원래 샷으로 먹고 살았는데 샷이 안되니까 생존본능이 발휘된 거죠, 하하. 퍼트라도 죽기살기로 하자. 이러다가 제 샷이 돌아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그는 이어서 말한다. “사실 꿈이 있었어요. 올해 잘해서 내년에 미국 진출하고, 2016년 올림픽 때 뽑혀서 금메달 따고, 인비 언니처럼 세계 1등도 한번 해보고. 그런데 제가 요즘 방황 중이라…, 하하.” 고민 중이라고는 하지만 눈빛에서 자신감과 욕심이 묻어난다. 백규정의 꿈도, 골프도, 그의 두려움없는 스윙처럼 겁없이 쭉쭉 뻗어나갈 것같은 예감이 들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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