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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고노담화
지난해 광복절을 앞두고 역사학자 안병직 교수가 발굴한 책 한권이 화제가 됐다. 버마와 싱가포르에서 일본군 위안소 관리자로 일했던 조선인 박 씨의 일기를 안 교수가 발굴해 해제를 붙인 ’ 일본군 위안소 관리인 일기’다. 박 씨는 1942년 7월 10일 조선인 여성 수백 명으로 구성된 ‘제4차 위안단’을 이끌고 부산항을 출발했다 .이때부터 1944년 12월 귀국할 때까지 매일 댓줄 정도씩 그날 그날 있었던 일을 기록해 놓은 일기는 사소한 글이지만 어마어마한 실체를 증언하고 있다. 일기에 따르면, 일본군의 대리인이 선정한 민간 업자들이 일본군 위안부를 모집했으며 이들은 군속에 준하는 신분으로 군에서 발행하는 여행 증명서를 갖고 다녔다. 8월 20일 버마에 도착한 위안부들은 20명 정도씩 각 일본군 주둔지에 배치됐다. 1943년 7월 20일 일기에는 “무라야마 씨가 경영하는 위안소 이치후지루가 병참 관리로 되어 무라야마 씨와 아라이 씨는 병참사령부에 갔다 왔다.”는 기록이 있다. 또 엿새후인 7월26일에는 “인센의 위안소 2곳이 병참 관리로 넘어간 뒤, 위안부 검미도 병참의 군의가 하기로 되어 일요일마다 김천관에서 수검하게 되었다.”고 썼다. 일본 군부가 조선인 ‘위안부’를 조직적으로 동원했다는 사실을 담은 물적 기록인 셈이다. 


일본 정부가 93년 8월4일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이 위안부 모집에 대한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담화 검증결과를 발표해 국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국 정부와의 집중적이고 구체적인 조정에 의한 것”이라며 한국이 억지를 쓴 듯한 인상을 풍기며 과거를 고쳐 쓰려 한 것이다. “적어도 전쟁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들은 평생 아시아에서 일어난 일을 기억하고 속죄해야 한다” 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의 말이 멀게 느껴진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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