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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박승윤> 세월호 닮은 꼴, 침몰 중인 한국號
한국 경제가 가라앉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경제연구기관들은 최근 앞다퉈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원화 환율은 100엔당 1000원 아래로 떨어졌고, 미국 달러화에 비해서도 세자리수 진입이 초 읽기에 들어갔다.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을 떨어뜨리는 악재다. 저공 행진을 지속하던 원유, 곡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도 출렁거리고 있다. 이라크 내전과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가스 분쟁이 직접적인 요인이다. 세월호 참사 후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내수 시장은 디플레이션이 우려될 정도로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달만 해도 경기 상황을 ‘소프트패치(soft patch)‘로 진단했던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한국경제가 ‘더블딥(double dip)’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소프트패치는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에서 일시적으로 둔화되거나 침체되는 것으로, 경기 회복 경로를 이탈하지는 않는 상황이다. 반면 더블딥은 경기가 회복 국면에서 이탈해 다시 저점을 향해 추락하는 재침체 현상이다.

산업 현장을 봐도 대다수 기업들이 2분기에 어닝쇼크를 우려할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수천명을 명예퇴직 형식으로 내보내고, 긴급한 경영자금 확보를 위해 알짜 계열사들을 급매물로 내놓고 있다.

현실이 이처럼 긴박한데도 정부와 정치권에서 경제 살리기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연초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혁파를 화두로 내세웠지만 어느 순간 동력을 상실했다. 세월호 참사의 한 원인으로 안전을 도외시한 과거 규제 완화가 지목되면서 규제 완화 정책 자체가 실종됐다. 하지만 애당초 규제 개혁을 추진할 때부터 기업들을 옥죄는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도, 안전과 환경 보호등을 위한 규범은 강화한다는 원칙이 바탕에 있어야 한다. 이같은 당연한 전제 위에서 기업들의 투자와 혁신을 촉진시킬 수 있는 규제 개혁은 한시바삐 추진되어야 한다. 경기 회복을 촉진시킬 수 있는 재정ㆍ금리 정책과 안정적인 환율 흐름을 위한 외환정책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리더십이다. 박 대통령은 배가 침몰하는 위기 상황에서 승객들은 외면한 채 홀로 탈출한 세월호 선장의 행위를 ‘납득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살인과도 같은 행태’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호에도 사령탑이 안 보인다. 경제ㆍ외교ㆍ사회적으로 폭풍우 한가운데 내몰려 있는데 말이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나름의 기준을 갖고 물색해 내부 검증을 거쳐 내정했을텐데 2명의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도 가지 못하고 중도낙마했다. 정부ㆍ규제ㆍ안전 등에 대한 각종 개혁은 대통령의 목소리만 높았지 철학과 원칙이 없는 ‘벼락치기’식 대책에 머물고 있다. 며칠만에 확 바뀐 안전행정부 조직 개편안이 대표적인 반증이다.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 정면돌파해야 할 시점이다. 정치 상황이 경제의 뒷다리를 잡지 못하도록 책임감있게 현안을 풀어나가야 한다. 경제 활성화는 보다 실효성 있게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잘못 대응하면 대한민국호가 우리도 모르는 새 침몰할 수 있다.

박승윤 산업부장 /parks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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