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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 조문술> 소득중심 건강보험료 부과 왜 미적거리나
소득 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이 큰 논란이다. 우리 건강보험은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로 이원화돼 운영된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생계형 자영업자가 되거나 연금생활자가 됐을 때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문제가 건보료다. 현행 부과체계 내에서는 자녀의 실직 등으로 피부양자가 될 수 없는 퇴직자는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이 경우 집과 자동차 등 재산이 있지만 소득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는데도 직장에서 납부하던 보험료 보다 많은 지역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는 1998년 건강보험 통합설계 당시 27%에 불과했던 재산기준 건보료 부과 비중이 2014년 2월 현재 47.6%로 크게 높아진 탓이다. 실직자, 은퇴자, 노인층의 빈곤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는 1988년 소득자료가 10%밖에 안 됐을 때 만들어졌다. 따라서 보험료를 매길 때 소득만 갖고는 안돼 보완장치로 재산ㆍ자동차를 통해 소득을 추정했다. 한데 지금은 92.2%까지 소득을 파악되고 양도소득, 퇴직소득, 상속ㆍ증여소득을 포함할 경우에는 95%에 이른다. 부과대상 소득도 근로소득에서 이제 모든 소득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사안의 판단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형평성이다. 준조세라 할 건강보험료 역시 조세체계 못지 않은 형평성과 공정성이 생명이다. 더구나 제도 시행이 26년이 지난 시점이라면 시효는 지나도 한참 지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빚어진 비극이 바로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이다. 건보료 체납세대가 해마다 늘어나는 것도 가입자의 부담능력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생계형 체납이 7할에 가깝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보료를 6개월이상 체납한 사람이 2014년 2월까지 154만세대(2조1052억원)인데, 이 중 68.5%(105만세대)는 월보험료가 5만원 이하인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임대소득 등 종합소득이 있음에도 건보료는 한 푼도 내지 않는 이들은 부지기수다. 2채 이상의 집을 가진 120만명의 국민이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면제를 받고 있다. 이들 중 46만7000명은 종합소득도 있지만 건보료 부과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런 점에서 소득이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고 할 명분은 약해진다. 건강보험 가입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건보료가 부과돼야 한다는 점은 설득력이 높다. 또 현행 건보료 부과의 불합리성은 수많은 편법을 부추기고 있다. 지역과 직장으로 이원화돼 부과됨에 따라 은퇴자들이 건보료를 줄이기 위해 열악한 환경의 저임금 취업을 하거나 위장취업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남은 문제는 사회적 합의다. 소득 단일기준이냐, 소득과 재산 복합기준이냐의 판단은 어느 것이 사회적 편익이 더 큰 지를 고려하면 된다. 그 다음 충분히 설명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면 될 일이다. 문제를 단순화해서 보면 우선 소득이 있는 이, 그다음 더 많은 소득을 버는 이가 건보료를 더 내는 구조로 바꾸면 된다. 합의되지 못할 게 없다.

조문술 산업부 차장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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