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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가율 80% 시대, 오해는 말자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집값 대비 전세가격을 의미하는 ‘전세가율‘이 지난달 80% 이상으로 올라간 지역이 생기면서 매매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3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전세가율은 68.5%로 2002년 5월(68.6%) 이래 12년만에 가장 높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도 각각 63.8%, 65.4%로 2002년 이후 가장 높다.

특히 광주 남구 전세가율은 KB국민은행 조사로는 처음으로 80% 넘었다.

일반적으로 전세가율이 뛰는 것은 집값 상승의 신호로 여겨진다.

전세가율이 상승하면 집값이 뛸 가능성이 커지는 건 사실이다. 전셋값이 매맷값과 가까워지면 ‘돈을 좀 더 보태 그냥 사자’로 돌아서는 주택 구매 수요가 생길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세가율이 상승할 때 집값이 뛴 사례도 있었다. 수도권 전세가율이 60% 이상을 나타냈던 2000년 2월부터 2002년 9월 사이 39%나 올라 ‘전세가율 60% 공식’이 생기기도 했다.

집값이 폭등했던 2001년 9월엔 전세가율이 67.7%까지 뛰었다.

그런데 전세가율이 올라간다고 집값이 반드시 뛰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곳이 전국에서 전세비율이 가장 높은 광주로 77.8%나 된다. 2001년 2월 이후 변함없이 70% 이상을 유지해왔다. 특히 광주 남구의 전세가율은 전국 시군구 가운데 유일하게 80% 이상을 기록했다.

이렇게 전세가율이 높은 광주 아파트값은 많이 올랐을까. 전세수요가 매매로 전환하면서 집값 상승세를 이끌었을까. 광주 전세가율이 처음 70% 이상으로 올라선 2001년2월부터 지난달까지 13년4개월동안 75.24% 오르는데 그쳤다. 전국 평균(90.47%)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사실 한국감정원 기준으로 지방에서는 전세가율이 80% 이상인 곳이 꽤 흔하다. 아파트 중위 전세가율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광주 서구(80.1%), 광산구(82.1%), 전남 목포(80%), 경북 북구(80.2%), 경남 진주(80%) 등이 전세가율이 80% 이상이다.

이들 지역은 5년 이상 70% 후반의 높은 전세가율을 유지하다가 최근 80%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들 지역 집값 변동률을 서울 수도권이나 전국 평균과 비교하면 그다지 높지 않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라지면 전세가율이 높은 것이 집값 상승으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전세가율이 높은 아파트에 입주한 세입자는 불안할까. 집값이 조금만 떨어지면 매매가보다 전세 보증금이 비싸지므로 돈을 돌려받기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세비율 높은 집=전세보증금 불안’ 공식이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전세비율이 수년간 높게 유지돼 온 광주, 울산 등에서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더 많이 떼였다는 증거는 없다.

광주 광산구 첨단금호타운 인근 경인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거의 없어 전세수요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집주인의 경제사정에 상관없이 전셋값을 높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지역에서는 월세 비중이 늘어난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리거나 임대수익을 위해 월세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 광주는 임대차 분포에서 전세의 비율이 27% 수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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