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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박승윤> 안전경영은 체질화되어야 한다
매월 15일마다 적의 공습에 대비한 민방위 훈련을 하던 때가 있었다. 요즘은 길을 걷다가 훈련 경계경보 싸이렌에 지하도로 들어가는 일이 적어서 최근들어 훈련 횟수가 줄어든 줄 알았다. 소방방재청에 알아보니 전국 규모의 민방위 훈련이 연 12회에서 9회로 줄어든 것은 한참 전인 1989년. 그 뒤 3년 후인 1992년부터는 국민생활 불편 해소 차원에서 다시 3회로 축소됐다. 대신 지역 단위로 화재나 재난등에 대비한 방재 훈련을 연간 6차례 한다는 설명이다. 다음달 20일 오후 2시에도 전국적인 화재 대피 민방위 훈련이 예정돼 있다.

지난 13~14일에는 삼성그룹이 전국 250여개 사업장에서 12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재난대피 훈련을 실시했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이같은 대피 훈련을 시행한 것은 처음이다. 지상 43층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는 화재가 발생한 것을 가정해 수천명 직원들이 비상계단을 통해 옥상이나 1층으로 대피했다. 경각심을 일깨운 것만으로도 효과가 충분했다는 자체 분석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이 화두가 되고 있다. 사실 안전은 국방처럼 평소엔 돈만 쓰는 듯 하지만 제대로 대비를 하지 않았을때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세월호 참사도 돈 벌이에만 눈이 어두워 승객들의 안전은 도외시한 결과다.

안전 경영은 기업에도 현안이다. 안전 소홀로 인명 사고가 나도 쉬쉬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기업의 흥망에 영향을 줄 정도로 핵심 이슈가 됐다. 대기업 총수들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안전을 챙기는 것은 더 이상 ‘이벤트’가 아니라 경영 행보의 중요한 일과다.

그런데 산업 현장에서 안전 사고를 방지하려면 1차적으로 제대로 된 위기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고, 더 중요한 것은 근로자들이 이를 체질화해 실천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하거나 가스 밸브를 제대로 잠그지 않아 큰 사고를 낸 사람들을 분석해보니 회사나 가정의 복잡한 문제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정신줄을 놓고 일을 하다보니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생명도 위협하는 실수를 한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도 습관적으로 안전 수칙을 따르고 위기가 발생하면 본능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직장’으로 꼽히는 미국 화학회사 듀폰의 안전 경영은 이런 측면에서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 우리 기업들이 반드시 따라야 할 벤치마킹 대상이다. 알려진대로 듀폰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운전한 것이 적발되면 퇴사 조치한다. 모든 문은 충돌사고가 나지않게 안쪽으로 잡아당기게 되어있다. 화학회사로서 몇 번의 공장 폭발사고를 경험한 후 최고경영진의 강력한 의지와 직원들의 안전에 대한 공감대가 맞물려 형성된 듀폰의 핵심가치이자 기업 문화이다.

대기업의 산업 현장에서도 불산 누출, 화재 사고, 추락 사고등이 끊이지 않는 우리 기업들도 이제는 직원들이 안전 수칙을 체질화할 수 있도록 훈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평상시 훈련이 귀찮고 괜히 하는 것 같지만 위급 상황에서는 이런 노력들이 힘을 발휘한다. 

박승윤 산업부 /parks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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