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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라이프] “적자는 죄악이다”…일본전산의 ‘오각형 경영’
 창업자 시게노부의 독특한 경영철학
장기불황 늪 日기업들 고전에도
정밀 모터 세계 점유율 독보적 1위

“무슨 일이 있어도 목표는 달성”
그의 집념이 위기를 성장으로…



일본전산의 이기는 경영
/다무라 겐지 지음/ 김현석ㆍ여선미 옮김
/책이있는풍경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월 일본의 대표 전자업체 소니(Sony)의 신용등급을 ‘Baa3’에서 투기등급인 ‘Ba1’으로 투기등급으로 강등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2년 12월 또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역시 소니에 투자부적격 판정을 내린 바 있다. 파나소닉(Panasonic), 샤프(Sharp) 등 세계 전자산업을 선도했던 일본의 제조업체 상당수가 소니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 많은 일본의 기업들 장기 불황의 늪에 허덕이며 예전의 위상을 잃어버린 지 오래인 가운데 유독 돋보이는 기업이 있다. 바로 정밀 모터 부문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일본전산(日本電産)이다.

‘일본전산의 이기는 경영(책이있는풍경)’은 경제 전문기자인 저자가 20년 동안 일본전산의 창업자 나가모리 시게노부와 임직원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취재한 내용을 정리해 일본전산의 성공 비결과 경영 해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1980년대 엔고현상부터 최근의 리먼 쇼크와 컴퓨터 시장의 축소에 이르기까지 일본전산은 늘 위기에 처해있어도 오히려 진화해왔으며, 그 뒤에는 ‘나가모리 시게노부 정신’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1944년 8월 교토의 농가에서 여섯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나가모리 시게노부는 1967년 직업훈련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음향 및 컴퓨터 주변기기 제조사인 티악(TEAC)에 입사했다. 3년 후 기계 제조사인 야마시나 세이키로 옮겨간 그는 26살의 젊은 나이에 신설된 모터 부문의 사업부장으로 승진했지만 이후 독립을 결심해 1973년 7월 일본전산을 창업했다. 외진 시골의 3평짜리 창고에서 3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일본전산은 창업 30년 만에 계열사 140개, 직원 13만 명, 매출 8조 원이 넘는 일본 대표 기업이자 하드디스크 모터 부문 세계 1위 기업으로 우뚝 섰다.

“최고속 성장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 중 하나는 목표를 달성하려는 그의 강한 집중력에 있다. 돈 없고, 연줄 없고, 인재도 없이 시작한 창업 초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는 회사 안에서 늘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각자의 몫이다’라고 강조했고, 무서울 정도로 일에 몰두했다. 그때 그가 강조했던 ‘정열ㆍ열의ㆍ집념’, ‘지적 하드워킹’, ‘즉시 하자, 반드시 하자, 될 때까지 하자’, 이 말은 지금도 일본전산의 3대 정신으로 소중하게 이어지고 있다.”(22~23쪽) 

일본전산은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의 대표 전자업체들이 줄줄이 몰락하는 가운데에서도 성장을 거듭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성장의 비결 뒤에는 창업자인 나가모리 시게노부의 경영철학이 있었다. 그는 ‘적자는 죄악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목표는 달성한다’는 목표를 신념을 가지고 밀어붙인 끝에 일본전산을 정밀 모터 부문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일본전산의 강점들을 하나하나 분석한 저자는 ‘적자는 죄악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목표는 달성한다’가 기업을 세계 1위로 키운 가장 큰 힘이라고 말한다. 나가모리 시게노부는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성적보다 근면성과 민첩성을 우선했다. 실제로 그는 입사 지원자들이 ‘밥 빨리 먹기’, ‘화장실 청소’, ‘큰 소리로 말하기’, ‘오래 달리기’ 같은 시험을 치르게 했다. 괴짜 경영인처럼 보이는 그의 진가는 언제나 ‘이익을 내는 경영’에 있다. 그는 ‘일등이 아니면 모두 꼴찌’라고 강조하며 직원들에게 능력 그 이상을 주문하며, 자체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철저한 원가 절감 시책을 고수했다. 이 과정을 통해 일본전산은 일본 기업들이 불황에 빠져 있던 지난 10년 동안 매출을 10배 늘리고, 발 빠르고 획기적인 기업의 인수와 합병으로 부실기업을 정상화시켰다.

“그의 성공은 소심함에서 비롯되는 ‘판단력’, 목표한 일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인내와 끈기’, 1등이 아니면 성이 차지 않는 강한 ‘자기성취욕’, 특유의 개방적인 ’밝음’, 사람들에게 성공의 열매를 끊임없이 안겨주는 ‘행복배달원의 역할’, 이 다섯 가지가 균형을 이루며 오각형을 이루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도 그는 이 균형을 조금도 무너뜨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려면 계속해서 달려가는 수밖에 없다.”(50쪽)

지난 해 2013년 4월 24일, 창립 40주년을 맞은 일본전산이 결산보고회를 열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인기로 인해 컴퓨터 시장은 얼어붙었고, 이는 일본전산의 주력 제품인 정밀 모터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이날 보고회에서 일본전산은 실적 전망을 하향 수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일본전산의 주가는 큰 폭으로 오르며 490엔 상승한 6510엔으로 마감했다. 환경때문에 일시적으로 주춤해도 미래가치는 요지부동이었던 것이다. 이 같은 상승의 이유는 일본전산에 대한 시장의 신뢰,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을 향한 믿음 덕분이었다.

저자는 “일본전산은 지난 40년 동안 세계적인 모터 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안 늘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일본전산이 될 수 있었다”며 “ ‘적자는 죄악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목표는 달성한다’는 그의 집념은 기업 경영자들이라면 마땅히 실천해야 할 점”이라고 역설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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