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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넥센 돌풍 언제까지?…2003년 현대에 물어봐!
팀타율 · 홈런 · OPS 1위 공격력은 이미 2003년 현대 넘어서…4.58로 5위 머문 방어율 개선이 관건
2004년 한국 축구 대표팀에 새 외국인 사령탑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선임됐다. 독특한 외모 못지 않게 튀는 발언들을 많이 했는데, 그 중 “우리 수비라인에서 3골을 먹으면 공격진이 4골을 넣으면 됩니다”라고 말했던 장면은, 시쳇말로 ‘이기면 장땡’이라는 스포츠의 결과주의론적인 발언으로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곤 한다.

최근 본프레레가 남긴 명언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프로야구팀이 있다. 바로 선두 넥센 히어로즈다. 말 그대로 투수들이 점수를 내주면 타자들이 점수를 더 뽑아 승리를 가져온다. 점점 넥센이란 팀이 상대팀으로 하여금 점수를 뽑아낼 때 더 뽑아내지 못하면 불안감을 안겨주는 팀으로 변하고 있다. 30일 현재 15승 8패로 단독 1위로 달리고 있는 넥센의 기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넥센의 공격력은 어느 정도일까.

30일 현재 넥센은 23경기서 팀 타율 0.291에 장타율 0.478, 출루율 0.378를 기록하고 있다. OPS가 무려 0.856이다.

홈런은 30개로 경기당 1.3개를 기록하고 있다. 모두 9개 구단 중 1위다. 2루타 개수는 51개(1위)로 구단 평균 38개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2000년대들어 프로야구 우승팀 중 팀 타율이 가장 높았던 팀은 0.286을 기록한 2003년 현대 유니콘스다. 현대는 133경기서 홈런 175개, 장타율 0.456, 출루율 0.373을 기록했다. 넥센의 공격력은 2003년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 우승을 거머쥔 ‘전신’ 현대의 파괴력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넥센의 공격력은 넘쳐흐를 정도로 충분하다. 문제는 수비력이다.

타고투저를 생각한다 해도 넥센의 현재 방어율은 4.58(5위)로 상당히 높다. 2000년부터 2014년까지 타고투저의 정점을 찍었던 2001년을 제외하고 우승팀의 평균 팀 방어율은 3점대 중반에서 4점대 초반을 기록했다. 현재 넥센의 공격력을 생각하면 적어도 4점대 초반의 방어율을 기록해야 강력한 타선과 유기적인 밸런스를 보여줄 수 있다.

넥센은 나이트-벤헤켄의 원투펀치가 타팀에 비해 좋은 구위를 가졌지만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불펜은 한현희 조상우 마정길이 탄탄히 버텨주고 있고 손승락은 초반에 고전을 면치 못하다 최근 들어 다시 작년의 강력한 구위를 되찾은 모습이다. 29일 잠실 두산전서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9세이브째를 거둬 이 부문 단독 1위로 나섰다.

넥센 돌풍의 지속 여부는 ‘2003년 현대를 넘어서느냐’가 관건이다. 2003년 현대는 마운드에 정민태와 바워스라는 견고함과 심정수, 정성훈의 파괴력, 이동학과 이택근이라는 신인들이 융합돼 우승을 일궈냈던 팀이다.

넥센은 2003년 현대 투수진의 견고함에 못미치더라도 1번부터 9번까지 피해갈 수 없는 파괴력을 보유하고 있고 7,8,9회 싸움이 강력한 팀이다. 또 외야수, 1루수, 포수까지 가능한 ‘팔색미남’ 용병 로티노까지 있다. 넥센은 2003년 현대 신인왕 후보였던 이택근이 팀을 주장을 맡고있다. 또 현대 출신의 김동수, 정수성, 강병식 코치 등이 우승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하다.

성적뿐만 아니라 팀 분위기 자체가 성숙해졌다. 지난 22일 롯데전 9회 1사 만루 9-9 상황. 마지막 박병호 타석에서 3볼까지 볼카운트가 흐르자 덕아웃이 들썩거렸다. 하지만 그 순간 2루 주자로 있던 주장 이택근이 벤치에 세리머니 자제를 당부하는 신호를 보냈다. 충분히 흥분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세월호 추모 분위기 속에 선수들도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당연한 행동일 수 있지만 넥센 선수단이 유기적으로 하나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다.

염경엽 감독의 역할도 크다. 염 감독은 홈구장이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라는 것을 감안해 김민성, 유한준의 체중을 일부러 늘렸다고 한다. 선수들과의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데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작전야구에도 넥센 1위의 비밀이 숨어 있다. 팬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지난 해 구단 최초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넥센은 지난 26일 홈경기 첫 매진을 기록했다. 창단 7년차 히어로즈가 지금의 맹렬한 돌풍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범자 기자 · 신현식 인턴기자/anju1015@herla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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