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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오너가 회삿돈 빼돌리니 참사는 필연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회사돈 빼내기와 청해진해운의 경영 실상이 놀랍고 충격적이다. 청해진해운 실질 소유주인 유씨는 ‘경영과 무관하다’면서 고문료, 상표권 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운항 수입을 가로챘다. 반면 선장과 선원들 처우는 업계 최하위 수준이었다. 그러니 승무원들에게 사명감과 책임감은 처음부터 딴 나라 이야기였을 것이다. 결국 이번 참사의 발단은 유 전 회장과 청해진해운의 탈법 불법 경영에서 비롯된 셈이다.

유씨의 돈 빼돌리기 행태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과 다를 게 없다. 유씨는 세월호 등 청해진해운 소속 선박의 이름을 별도 상표 등록을 한 뒤 그 이용료로 한 번 출항할 때마다 돈을 받아 수억원을 챙겼다. 이런 편법은 청해진해운만의 일이 아니었다. 세모, 천해지, 다판다와 같은 계열사 이름을 포함해 유씨 일가가 등록한 상표권은 130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 11곳이 지난 10년 간 유 씨 일가에 지급한 상표권료는 적어도 500억원은 넘을 것으로 검찰은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계열사에 사진을 강매해 따로 수백억원을 빼갔다. 그것도 모자라 청해진해운에서 매월 1000만원의 고문료까지 받았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청해진해운 경영의 비도덕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회사 대표가 직접 외부에 수리업체를 차려 여객선 수리비용을 과다청구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가령 3만원짜리 볼트 한 개를 교체하면서 100만원을 청구하는 식이다. 그러나 선원들은 인간 이하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형편없이 대우했다. 쥐꼬리 임금은 기본이고, 노령 선원들을 고용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작업수당을 수시로 떼 먹었다는 선원의 증언도 나왔다. 선장조차 비정규직이니 더 할 말이 없다.

오너와 대표는 회사돈을 빼돌리고 그 차액은 선실 증축과 화물 과적으로 메웠으니 참사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검찰의 책임이 무겁다. 한 개인의 사욕(私慾) 때문에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 세월호 침몰과 유씨의 불법 비리의 연관성을 철저히 파헤쳐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이를 바로 잡지 못하면 제2,3의 세월호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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