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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참사 속 지방 주택시장, ‘나홀로 투기’ 바람?
[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 세월호 참사로 인한 전반적인 소비 위축에도 불구, 올 1분기 고공행진을 거듭해 온 지방 일부 새 아파트 분양시장은 투기수요까지 몰리며 과열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한 지방 아파트 단지 분양엔 수만 명이 청약해 경쟁을 부추기는가 하면, 서울ㆍ수도권 청약통장이 지방으로 건너가는 ‘원정 청약’도 성행 중이다.

이들 가수요는 실수요자의 당첨 확률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분양권 가격도 올려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지방 분양권 전매 최고 80%…전매차 노린 투기세력 기승 = 27일 건설ㆍ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분양된 지방 신규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 사례는 수도권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권 전매 건 수가 많다는 것은 실거주 목적보다 전매에 따른 시세 차익을 노린 수요가 많았단 의미다.

실제 지난달 말 1순위에서 3만2000여명이 청약해 ‘신드롬’을 일으킨 대구 북구 침산동 화성드림파크 단지는 계약 시작 보름여만에 아파트 835가구 분양권 중 30% 가량이 전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전반적인 소비 위축에도 불구, 올 1분기 고공행진을 거듭해 온 지방 일부 새 아파트 분양시장은 투기수요까지 몰리며 과열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사진은 1분기 대구에서 공급된 한 아파트 견본주택 모습

현지 ‘떴다방(무등록 이동식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계약 직후 소형은 1500만∼2000만원, 중형 이상은 3000만∼3500만원 가량의 웃돈이 붙어 거래됐다.

한 떴다방 관계자는 “화성드림파크가 오랜만에 대구 시내에서 분양된 아파트인데다, 시세차익이 기대돼 투자(기)수요가 많이 청약했다”며 “팔기 위해 내놓은 분양권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구지역의은 최근 2∼3년 새 혁신도시 등지에서 신규 분양이 대거 이뤄져 실수요자의 상당수는 이미 분양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며 “최근 분양된 새 아파트 청약자의 최소 30∼40%는 실 입주보다 전매차익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청약을 받은 ‘대구 오페라 삼정그린코아 더 베스트’ 아파트 역시 단기차익을 노린 청약자가 대거 몰렸다는 게 현지 떴다방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이 단지는 409가구 모집에 3만1000여명이 청약해 84㎡의 경쟁률은 최고 105대 1에 달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에서 단일 아파트의 청약자가 3만명을 넘었다는 것 자체가 거품이 끼었다는 의미”라며 “이 아파트도 투자수요가 많아 전매율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에 분양된 아파트도 청약률이 높았던 단지 중심으로 분양권 전매가 활발하다.

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말 인기리에 분양한 울산 약사동 현대아이파크는 계약 후 약 4개월간 전체 689가구중 무려 80%가 손바뀜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계약자의 80% 이상은 실입주보다 투자를 목적으로 한 것이다.

이 단지 분양권엔 현재 500만∼1000만원의 웃돈이 붙어 팔리고 있다.

또 GS건설이 지난해 3월 분양한 부산 신화명리버뷰 자이는 조합원분을 뺀 일반분양분 649가구 중 46%의 분양권이 전매됐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3월에 분양한 창원 마린 푸르지오(2132가구)도 40%가량이 전매됐다.

이러한 전매율은 서울ㆍ수도권 아파트에 비해 크게 높은 것이다.

지난해 6월 GS건설이 분양한 서울 마포구 공덕자이는 임대아파트와 조합원분을 제외한 일반분양분 212가구 가운데 9%만 전매가 이뤄졌다.

지난해 대우건설이 분양한 동탄2신도시 푸르지오 아파트도 1년 전매제한이 풀린 올 3월 이후 두 달여 간 1348가구중 4%의 분양권만 손바뀜을 했다.

서울 마곡지구 공공단지도 인기가 가장 높은 7단지 분양권 일부엔 웃돈 1억원이 붙고 ‘복등기’ 등 불법행위까지 성행하고 있지만 투기수요는 전체 30%정도인 것으로 확인됐다.

▶ 수도권→지방 ‘원정청약’, 통장거래 성행 = 이처럼 투기수요가 몰리는 데엔 서울ㆍ수도권에서 내려온 소위 ‘점프 통장’이 가세한 영향이 크다.

공인중개업소 등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구ㆍ부산ㆍ울산ㆍ광주 등 주요 지방 대도시 아파트에 서울ㆍ수도권 통장 보유자의 ‘원정 청약’이 성행하고 있다.

이들 수도권 거주자들은 청약 직전 지방으로 주소지를 옮겨 위장전입을 하고 청약 후 당첨이 되면 원래의 수도권으로 주소지로 옮겨간다.

위장전입은 비어있는 원룸 등을 통해 간단하게 이뤄진다는 게 떴다방들 전언이다. 임시로 주소지를 옮긴 빈 원룸이 상당하단 뜻이다. 이후 주민등록등본, 인감증명 등 계약에 필요한 서류를 즉시 떼어 놓은 뒤 3∼4일만에 다시 주소지를 원래 거주지로 옮기고 사전에 준비한 서류로 계약을 맺는 식이다.

이러한 원정청약은 최근 분양시장이 활황인 대구, 부산 등에서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떴다방 관계자는 “대구의 경우 아파트당 300∼400여개는 점프 통장이 기본으로 깔린다”며 “부산ㆍ광주ㆍ전주 등에도 이보다는 작지만 원정 청약자들이 입질을한다”고 말했다.

통장 거래도 성행하고 있다. 무주택 기간이 길고 부양가족 등이 많아 가점제 점수가 높은 통장은 당첨확률이 높아 1400만∼1500만원에 통장 거래가 이뤄진다.

떴다방 등은 이런 통장을 매집해 원정청약을 하고, 당첨이 되면 분양권을 전매해 프리미엄을 챙기고 있다.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수법이다.

지방의 경우 청약통장 가입후 6개월이면 1순위 자격이 발생해 시세차익을 노린 일반 투자자들도 대거 청약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분양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분양대행사 대표는 “최근 2∼3년 간 지방 아파트 분양시장에 불이 붙으며 ‘전매차익’을 얻는 걸 지켜본 일반인들이 투기목적으로 통장을 새로 만들어 청약에 가담하고 있다”며 “일종의 학습효과인 셈”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이러한 떴다방 등에 의한 가수요 청약이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대구지방 국세청과 경찰청 등과 함께 청약시장의 투기와 불법 행위 등에 대한 단속을 진행 중이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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