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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침몰] 소비 줄고 정책은 위축…한국 경제 어디로
[헤럴드경제 = 신창훈 기자] “세월호 참사 후 카드 이용액이 줄었다. 특히 심야 시간대가 심하다” (한 카드사 관계자)

내수 시장 분위기를 통계로 신속히 볼 수 있는 카드업계 등이 세월호 사고의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정책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경제 성장이 내수 회복으로 뚜렷하게 이어지지 않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 여파로 소비가 오히려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정부는 체감경기가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자 이미 재정을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올 1분기 민간소비는 0.3% 늘어나는 데 그쳐 작년 4분기 0.6%보다 증가율이 둔화됐다.

▶ 세월호 참사 소비 위축 뚜렷…카드 이용액 4%대 감소 = 세월호 참사 이후 활동이 주춤해진 가계는 한둘이 아니다.

청소년들의 수학여행, 체험활동이 줄줄이 중단됐음에도 영화관, 놀이공원 등을 찾는 발길은 줄었다. 주류 판매나 마트 매출도 감소했다.

이는 카드사들의 개인 카드 이용액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세월호 침몰 후 일주일 간 대형 카드사인 A사의 개인 카드이용액은 전월 같은 기간보다 하루 평균 87억원(4.4%) 감소했다. 그 한주 전(9∼15일)까진 전월 동기 대비 하루 평균 13억원(0.6%) 가량 증가해 왔다.

또 다른 대형 카드사인 B사도 참사 전 1주일 간(9∼15일) 개인 카드이용액이 전월 동기보다 4%가량 늘다 참사후 1주일간(16∼22일) 4% 줄었다.

▶ 국내 역대 참사영향은 ‘미풍’…세계적 재난 때는 충격 = 그러나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등 역대 참사 때의 월간,연간 지표를 보면 대형사고의 경제적 영향은 크지 않았다.

예를 들어 삼풍백화점 붕괴 때도 잠시 소비를 자제하는 분위기는 있었지만 참사 충격이 줄면서 소비 지표는 이내 회복됐다.

실제 붕괴사고(1995년 6월 29일) 전후의 소매판매액 지수(계절조정 기준)는 5월 51.8에서 6월 53.1, 7월 54.3으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1995년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도 전기 대비 1.2%로 같은 해 1분기(4.3%)나 2분기(2.0%)보다 낮았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 3분기 증가율이 11.1%로 1979년 1분기 이후 최고치였다.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2003년 2월 18일)이 있던 2003년 1분기 민간소비는 전년 4분기보다 0.8%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1.5% 증가했다.

양모승 통계청 사무관은 “과거 참사 때 지표를 보면 큰 추세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대규모 재난의 경우 경제에 충격을 준 사례도 적지 않다.

9·11테러가 발생한 2001년 3분기 미국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했다. 동일본 대지진(2011년 3월) 때 일본은 연간 성장률이 -0.8%를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례도 많다.

8만명 이상의 인명을 앗아간 쓰촨성 대지진(2008년 5월) 때 중국의 성장세는 견고했다.

이와 관련,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대규모 외부충격(disasters)이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대규모 외부충격이 경제에 미치는 여파는 재해 특성, 대응 방식, 경제 여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 정책 리스크 커지나 = 이번 세월호 참사의 경제 여파에 대해서는 대체로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유재원 건국대 교수는 “소비나 투자에 큰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골프장, 백화점 등 소비는 단기간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오래가진 않을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단기적으로는 전혀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진한 소비 회복에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 가세해 민간소비나 성장률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민간소비의 증가세가 추가 둔화하면서 상반기 성장률이 한국은행의 전망치(3.9%)에 못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정치권에선 이미 전면 개각설이 제기되는 등 국정 운영 불확실성이 커지며 이에 따른 불투명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선박 안전에 대한 미흡한 규제 문제가 거론된 만큼, 정부의 핵심 정책인 규제개혁을 둘러싼 논란도 재점화할 수 있다.

경제부처는 극도로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통상적입 업무는 돌아가지만 정책구상, 협의 등 절차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진행하거나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온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 정부를 향하는 상황에서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위축된 상황에서 개각설은 공무원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다.

오정근 학회장은 “개각을 하면 정부 정책 결정이 늦어지고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chunsim@heraldcorp.com

<사진설명> 경제 성장이 내수 회복으로 뚜렷하게 이어지지 않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 여파로 소비가 오히려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7일 오전 서울 청계천 난간에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 메시지가 담긴 노란 리본이 걸려있다. [사진 =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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