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 사기대출 사건에 연루된 KT ENS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특정금전신탁 투자금액이 손실될 우려가 높아지자 특별검사에 나섰다. 당국은 기업은행을 마지막으로 이번주 특별검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3일 “은행의 자체 조사와 달리 불완전판매가 의심되는 것들이 다수 포착됐다”면서 “관련 규정을 안 지킨 것들에 대한 분류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불완전판매 관련 특별검사를 받는 곳은 기업ㆍ부산ㆍ경남ㆍ대구은행 4개다. 삼성증권은 특정금전신탁을 판매했지만 불완전판매 정황이 포착되지 않아 서면조사로 대체됐다.
특정금전신탁은 고객이 직접 특정 기업 주식ㆍ기업어음(CP)ㆍ회사채 등을 사달라고 지정해 금융회사에 운용을 맡기는 상품이다. 원금이 보전되지 않는다.
손실 예상액만 1010억원 규모다. 기업은행이 658억원으로 가장 많고 ▷부산은행 208억원 ▷경남은행 150억원 ▷대구은행 100억원이다. 개인이 625명, 법인 44개사가 투자했다. 개인이 투자한 금액은 742억원에 달한다.
당국은 은행들이 KT ENS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팔며 ‘KT 100% 자회사’를 강조하거나 ‘KT가 100% 출자한 회사로, KT가 지급을 보증한다’ 등으로 설명한 점을 포착하고 불완전판매 여부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특히 당국은 KT ENS 언급없이 KT만 언급해 상품을 판매한 경우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상품판매계약서 또는 투자정보 확인서에 서명이 없거나 운용 대상에 ABCP가 포함되지 않는 등 서류상 문제점도 다수 발견했다.
금융당국은 “단순히 하나의 정황으로 불완전판매라고 규정할 수 없고 소명절차와 분쟁위원회를 거쳐 불완전판매 여부가 결정날 것”이라고 했다. 당국은 지방은행에 대해선 검사를 마무리한 상태다. 이번주까지 기업은행에 대한 검사를 마치고 빠르면 이달 말 조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불완전판매 특별검사 결과를 분쟁조정위원회에 보내 분쟁 조정 기초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반면 해당 은행 대부분은 자체검사결과 불완전 판매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불완전판매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경남은행과 대구은행은 자체조사결과 불완전판매가 없는 것으로 결론냈다. 부산은행은 전체 31건 중 2건에서 불완전판매 정황을 발견했지만 경미한 것인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종목명을 불확실하게 기재하거나 종목명을 고객이 아닌 직원이 기재한 경우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자체 조사결과 최근 “KT가 지급을 보증한다”고 설명한 점 등 상당수 불완전판매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은행들 스스로 투자자 손실을 막기 위한 방안 강구에 나섰다. 현재 기업은행과 경남은행에서 지급유예가 발생한 상황이다.
투자자 손실은 신탁금이 투자된 사업장의 건전성 및 자금흐름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부산은행은 신용보강기관과 기관투자자를 유치해 오는 11월 만기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조기 상환한다는 방침이다. 경남은행은 지난 12~13일 루마니아태양광 발전소 사업장에 대한 실사를 진행해 수익가능성 등에 대한 재평가에 돌입, 새로운 투자자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4개 은행은 KT ENS의 사업이 사실상 KT의 신재생에너지사업 일환인 만큼 KT에 지급보증도 요구하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이 양재동 복합물류개발 프로젝트인 ‘파이시티 사업’ 신탁상품을 부실 운영한 정황을 포착하고 검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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