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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억 건물 ‘0’ 하나 더붙여 80억에 낙찰…17억 입찰하려다 37억으로 오기…
경매시장 황당한 스토리
‘0’ 단위 추가기입 입찰가 오류중 최고
감정가 10% 입찰 보증금만 날리기도

경매 대중화로 단순실수 해프닝 빈번
입찰표 내기전 재차 확인은 필수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 서울 강남구 청담동 ‘씨티’ 아파트 전용면적 140.43㎡형이 경매에 나와 낙찰자를 발표하는 순간 장내는 술렁였다. 감정가 14억1000만원짜리 아파트의 낙찰가가 37억5000만원이나 됐다. 감정가보다 23억4000만원 비싼 가격이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무려 266%나 됐다. 낙찰자 다음으로 높은 입찰가를 써낸 응찰자는 감정가보다 조금 높은 16억3000만원에 입찰했다. 낙찰을 받기 위해서 2등과 격차가 단돈 1만원만 높아도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완전히 실패한 경매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긴 걸까.

22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매시장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씨티 아파트처럼 낙찰가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사례가 수시로 발생한다. 기존 매매시장 보다 더 싸게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경매를 찾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낙찰가율이다.

전문가들은 낙찰가가 감정가 보다 20~30% 높은 경우는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종종 나타나지만 이렇게 터무니 없는 경우는 대부분 입찰가를 잘못 적은 ‘단순 실수’라고 본다.

‘씨티’ 아파트의 경우는 응찰자가 아마도 ‘17억5000만원’에 입찰하려던 것을 ‘37억5000만원’으로 앞부분 숫자를 잘못 기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나온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 ‘청계벽산’ 전용 85㎡형의 경매에도 비슷한 일이 생겼다. 경매법원이 낙찰자와 낙찰금액을 발표하는 순간 낙찰자로 확정된 박모씨는 크게 당황했다. 자신은 최저입찰가(3억3600만원)보다 조금 높은 3억5630만원에 입찰한 줄 알았는데 무슨 일인지 입찰표엔 4억5630만원을 써놓았던 것이다. 억단위 금액에 ‘3’을 쓰려던 게 ‘4’로 표시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다. 결국 박씨는 감정가(4억2000만원) 보다 높은 가격에 입찰한 셈이었고, 시세를 고려할때 도저히 감당할수 없어 입찰을 포기했다.

입찰가 기입 오류 중 가장 흔한 경우는 ‘0’ 단위를 하나 더 쓰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진주지방법원 경매4계에서 경매에 부쳐진 숙박시설의 낙찰가율은 1225%나 됐다. 감정가 6억9000만원인 이 물건에 입찰한 단 1명의 응찰자는 84억4000만원에 입찰했다. 8억4461만원에 입찰하려고 했던 것이 ‘0’을 하나를 더 적는 바람에 최저가보다 80억원 정도나 높게 입찰한 것이다.

경매 낙찰자가 매수를 포기하면 감정가의 10%인 입찰 보증금은 모두 날리게 된다. 앞서 든 씨티아파트의 경매 낙찰자가 매입을 포기한다면 입찰보증금 1억4000여만원을 모두 잃게 되는 것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경매법원은 경매에 물건을 넘긴 채무자를 고려해 입찰가가 감정가보다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만으로 낙찰자 선정을 무효로 처리하지 않는다”며 “응찰자가 입찰표를 내기 전 다시한번 확인하고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매시장에선 이 외에도 다양한 실수로 낭패를 보는 경우가 생긴다. 입찰보증금을 제대로 내지 않아 1등을 했어도 낙찰받지 못하는 경우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경매가 진행된 용인 수지구 동천동 래미안이스트밸리 아파트 경매에선 1등 입찰자(입찰액 7억5670만원)가 아닌 7억2500만원을 쓴 2등 입찰자인 김모씨가 주인이 됐다. 1등 입찰자가 입찰보증금 5292만원을 내야 하는데 5290만원만 내 2만원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경매를 대리로 입찰하는 경우가 많은데 입찰대리인이 인감도장을 잘못 찍어 낙찰이 취소되는 경우도 수시로 발생한다. 위임장에 찍은 도장과 입찰대리인이 들고온 도장이 다른 경우다.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경매가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단순실수 차원의 해프닝이 많이 생긴다”며 “단순 실수가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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