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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도한 기부채납…재건축사업 ‘멍’든다
市요구 수용하면 교육청 또 요구
아파트분양가 수억원 하락했지만
각종 지자체 기부채납률은 여전
결국 사업성 악화 조합원만 부담


서울 강북권 뉴타운ㆍ재개발사업, 강남권 재건축사업 등 서울 전역에서 진행 중인 정비사업이 모두 높은 공공 기부채납률 문제로 사업성이 악화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금까지는 서울 강북권 재개발사업의 기부채납률(35~40%)이 상대적으로 높아 사업성이 낮은 반면 강남권의 기부채납률은 낮아(10%) 사업성이 높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개포지구 등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도 잡음이 불거져 나오면서 향후 기부채납률 문제가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등 지자체 입장에서는 개발 인허가를 내주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개발 이익을 공공에 기부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도로나 공원, 학교 등 시민 생활에 필수적인 공공시설 조성 비용을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전액 부담시키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또한 시청이 제기한 기부채납 문제를 논란 끝에 수용하면 교육청이 또 다른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등 예상치 못한 복병이 연속해서 도사리고 있어 조합 측은 깊은 낭패감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최근 아파트의 분양가가 3~4년 전에 비해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 가까이 떨어져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원들의 손해가 커진 상태여서 기부채납률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서울 강남권 최대 규모 재건축사업인 개포지구 재건축 조합원들은 공공 기부채납률 얘기만 나오면 몸서리를 친다.

개포지구는 지난해 말 개포시영과 2, 3단지가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면서 기부채납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겪었다. 단지별로 커뮤니티센터와 도서관 및 체육시설을 하나씩 지어야 한다는 시 방침에 조합 측이 반발한 것. 

서울 강북과 강남 지역 등 서울 전역에서 진행 중인 대부분의 정비사업이 공공 기부채납 문제로 사업성이 악화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강북의 한 재개발 공사 현장.

그러나 사업의 빠른 진행을 위해 결국 조합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조합들은 단지 주변 야생동물들이 다닐 수 있는 생태통로 조성 비용도 부담하기로 했다.

나봉기 개포주공 2단지 재건축 조합장은 “개포지구를 전체적으로 보고 커뮤니티센터를 여러 단지가 공유할 수 있도록 지으면 비용이 절감돼 분양가도 더 내릴 수 있을 텐데 낭비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데 생태 통로에 이어 최근 교육청에서 학교 부지 관련 기부채납을 과도하게 요구하면서 그야말로 진이 빠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개포지구의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 1곳 규모를 확충하고 초등학교 1곳의 신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469명 수용 규모의 개원초는 2763명, 249명 규모 개포초는 1477명, 572명 규모의 개포중은 2166명으로 확충해야 한다. 게다가 40학급 규모의 초등학교와 부설 유치원 신설이 필요한 상황. 이를 위해서는 1220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전망이다.

개포지구 조합 관계자들은 재건축 후에는 개포지구가 1만6000여 가구의 대단지로 거듭나지만 기존에 비해 4000가구가 늘어나는데 반해 교육청은 현재의 4~5배 수준을 요구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부채납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서 사업이 지연될 경우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 증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 강북권 뉴타운ㆍ재개발사업의 경우 시민 생활에 필수적인 도로, 공원 등의 기반시설을 100% 조합이 부담한다는 점에 대한 거부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강북권 뉴타운사업의 한 조합원은 “뉴타운사업의 공공 기부채납률은 35~40%에 달한다”며 “지역을 개발해 헌 집 대신 새 집을 준다던 공약이 알고보니 내 재산을 절반 가량 가져 가겠다는 의미였다. 그냥 눈 뜨고 당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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