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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이 가스 밸브 막으면?…동유럽 제조업은 멈춘다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09년에 이어 또 다시 유럽으로 가는 가스 수송관 밸브를 잠그면 어떻게 될까’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엄포에 유럽이 떨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10일 (현지시간) ‘가스 무기’ 카드를 빼들자, AP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서방언론은 유럽연합(EU) 28개국을 분열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했다.

다음주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미국-러시아-EU-우크라이나 간 4자 회담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의 ‘연방제 개헌’을 수용하라고 압박하는 제스처라는 해석이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 18개국에 보낸 서한에서 우크라이나로부터 받을 빚이 밀린 가스공급가 170억달러에, 의무 인수 계약파기에 따른 위약금까지 더해 총 354억달러라고 적시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구제금융액 140억~180억달러를 훨씬 뛰어넘는다. 만일 대금을 갚지않으면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엄포도 넣었다.


▶서유럽 보단 동유럽 의존도 커 =유럽 전체 천연가스 수요의 31%가 러시아산이란 건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브라더후드’와 ‘소유즈’를 통한 공급량이 절반인 15%를 차지한다. 즉, 우크라이나로의 가스 공급이 막히면, 당장 유럽 가스 수요량의 15%가 부족해진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는 러시아와 인접한 국가일 수록 높다. FT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폴란드 79.8%, 체코 100%, 슬로바키아 99.5%, 루마니아 86.1%, 불가리아 100%, 그리스 59.5%, 헝가리 43.7%, 불가리아 100% 오스트리아 71% 등이다. 러시아 가스가 끊기면 24시간 무중단으로 가동하는 석유화학, 중공업, 조선, 자동차 등 동유럽 제조업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 경우 독일(35.7%), 이탈리아(28.1%), 프랑스(15.6%), 네덜란드(11.2%) 등 러시아산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서유럽의 에너지 비용 상승 등 연쇄 작용을 일으킬 게 뻔하다.

EU는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가스 공급이 중단될 경우 슬로바키아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가스를 공급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떨고있는 서방 에너지 기업들 =영국 BP와 쉘, 프랑스 토탈, 미국의 엑손모빌 등 서방 에너지기업들도 걱정이 커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 국영석유회사 로즈네프트의 지분 20%를 보유한 BP가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 악화 시 가장 큰 타격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FT에 따르면 러시아는 BP의 세계 석유생산과 저장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또 로즈네트프의 BP 전체 수입 기여도는 지난해 16%(22억달러)였다. 10일 런던에서 열린 BP의 주주설명회 자리에선 투자자들 사이에서 로즈네프트 지분이 러시아로 귀속될 가능성, 가스 및 석유 개발프로젝트 차질 등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쉘이 사할린에서 2개프로젝트를 통해 액화천연가스 100만톤을 생산하고 있으며, 엑손모빌은 사할린1 석유및가스 프로젝트에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 시 단기적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도 있다. 스위스 안보문제연구소(CSS)의 조나스 그래츠는 독일방송 DW와의 인터뷰에서 “서유럽 가스 저장소에 4개월치 분량인 60% 가량이 채워져 있다”며 “헝가리, 불가리아는 타격받지만 EU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귄터 웨팅어 EU 에너지집행요원은 “유럽의 이번 겨울이 따뜻해 작년보다 가스 저장량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유럽시장 의존도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도 낙관론의 배경이다. 러시아 전체 예산의 60%는 석유, 가스에서 발생하는데 유럽이 가장 큰 시장이다. 러시아는 EU의 세번째로 큰 교역국으로, 2012년에 유럽으로 2150억유로 상품을 수출하고, 1234억유로를 수입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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