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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련된 시각장애인용 손목시계 눈길 잡네~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브래들리 타임피스’. 시각장애인을 위해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장애인올림픽의 수영 금메달리스트 브래들리 스나이더의 이름을 딴 손목시계<사진>가 런던디자인박물관의 올해의 디자인 후보에 당당히 올랐다.

이 시계는 여느 손목시계 처럼 원형의 티타늄 케이스로 돼 있지만, 다른 게 있다. 표면에 유리 덮개를 씌우지 않은 ‘누드’형이다. 시계 바늘이 없고, 숫자도 써있지 않다. 0~11시에 해당하는 빗금이 도드라지게 쳐져 있고, 시계 바늘 대신 쇠구슬 두개가 앞면과 옆면에 달려있어 시간에 따라 움직인다. 앞면 구슬은 ‘분’을 가리키며, 옆면 구슬은 ‘시’를 안내한다. 시각장애인이 손으로 구슬과 빗금을 만져서 현재 시각을 알 수 있게 디자인돼 있다. 만일 구슬이 엉뚱한 데 가 있으면 손목을 살짝 흔들어주면 바로 제자리로 이동한다.


이 시계를 디자인한 사람은 한국인 김형수씨. 영국 BBC가 9일 ‘브래들리 타임피스’의 개발 과정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아이디어는 대학 강의실에서 우연히 시작됐다. 김형수씨가 2011년 MIT대에서 강의를 듣고 있을 무렵, 옆에 앉아 있던 학생이 김씨에게 시간을 물어왔다. 김씨는 “학급 동료는 시각적으로 장애를 입어 10년째 앞을 못보는 사람이었다”고 털어놨다. 그 학생은 버튼을 누르면 시간을 큰 소리로 읽어주는 시각장애인용 시계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시계를 누를 경우 수업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옆자리에 앉아있던 김씨에게 시간을 물었던 것. 여기에 착안해 김씨는 소리를 내지 않고 촉감으로 시간을 읽을 수 있는 손목시계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는 “엔지니어들을 모아 팀을 꾸리고, ‘브레들리’ 아이디어를 냈다”며 “하지만 시제품에 대한 피드백은 좋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시각장애인의 10% 미만만 ‘브레들리’로 시간을 읽어낼 수 있었던 것. 82%에 달하는 후천적 시각장애인, 50세 이상 노년층에게는 적합하지 않았다. 김씨는 다시 디자인 노트를 펼쳤다. 25가지 다른 버전을 만들어냈고, 일일이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시험을 거쳤다. 그는 브래들리 스나이더도 찾아갔다. 스나이더는 BBC에 “그 전에는 누르면 기계음으로 시간을 말해주는 시계를 썼는데, 기차 안에선 들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버튼을 누르면 내가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처럼 주의를 끌었다”며 “모든 사람들과 같은 것을 사용한다는 아이디가 마음에 든다. 나도 가능한 한 보통처럼 느끼고 싶다.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격차에 다리를 놓는 제품”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탄생된 ‘브레들리 타임피스’는 특히 시각이 불편하지 않은 일반인이 착용해도 손색없을 만큼 세련된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보통 시각장애인은 디자인이나 색깔 보단 기능에만 신경쓸 것이란 통념을 깨고, 디자인에까지 신경써 더 후한 점수를 얻는다.

작년 7월에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65개국 3681명이 이 제품 개발 프로젝트에 총 59만4602달러를 기부했다. 다음달 미국에서 출시되며, 이어서 영국과 유럽에서도 판매될 예정이다. 온라인 사전주문이 1000명에 달했다. 김씨는 이 가운데 실제 시각장애인이 주문한 경우는 1~2%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런던디자인박물관이 선정하는 올해의 디자인 후보에는 75개 작품이 올라 와 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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