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보안장치 무장
고가품 세금 피난처로 인기


슈퍼리치들의 ‘비밀 보물창고’로 자유무역항 면세창고가 각광받고 있다.

슈퍼리치들 사이에서 고가 명품에 부과되는 거액의 세금을 피하고, 보다 안전한 곳에 보물을 숨기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위스나 싱가포르 자유무역항에선 첩보영화 뺨치는 최첨단 보안 장치로 무장한 면세창고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머니는 8일(현지시간) 부유층이 고가 골동품이나 미술품을 숨겨두는 곳으로 자유무역항 면세창고를 선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슈퍼리치들이 골동품이나 미술품 등에 관심을 보이면서 세계 미술품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 십여년 만에 3배가 커져 660억달러 규모에 이르렀다. 슈퍼리치들은 수집한 보물을 숨겨둘 안전한 장소로 자유무역항 면세창고를 이용하고 있다.

보관 물품들은 다양하다. CNN머니는 피카소의 미술작품부터 명품 빈티지 자동차, 고급 와인, 다이아몬드, 금 등 수십억달러를 호가하는 명품들이 면세창고에 보관돼 있다고 전했다.

이 창고는 무장경비 인력 뿐 아니라, 레이저 센서와 금속 탐지기, 디지털 잠금장치, 동작 탐지기, 생체인식 시스템 등의 최첨단 보안으로 무장돼 있다.

창고 대여료는 기본 월 수천달러이며, 상품가치에 따라 추가 요금이 매겨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무역항은 관세 면제와 함께 사생활도 보장되기 때문에 미술품 수집가와 중개인, 매매업체, 심지어 투자은행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미술품 투자자들은 자유무역항 내에서 미술품을 재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세계적인 경매업체 크리스티가 자유무역항을 자주 사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상당수 보관물품들은 빛을 보지 못한다. 전시보다 면세나 투자를 통한 이익창출에 더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자유무역항 안에서만 거래되며 돌아다니는 물품들도 있다.

각광받는 자유무역항은 스위스, 모나코, 싱가포르 등이다. 룩셈부르크와 중국에도 자유무역항 개발이 이뤄질 예정이다.

스위스 제네바 자유무역항의 지분 80%를 갖고 있는 유로아시아는 싱가포르에 진출했으며, 중국 국영기업과 함께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베이징 자유무역항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에선 자유무역항이 조세회피나 돈세탁, 테러리스트들의 자금 마련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린다 앨버트슨 미술범죄협회 최고경영자(CEO)는 “자유무역항에 보관되는 미술품은 모든 게 비밀에 붙여져 있다”며 “실질 소유주 기록은 물론, 재고 리스트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