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체가 ‘안보 불감증’에 걸린 듯하다. 북한이 서해 5도에서부터 청와대 상공을 지나 강원도 동해안까지 무인기(無人機)를 통해 모든 전선(戰線)을 넘나들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그런 사실이 있다는 것 조차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민간의 안보의식도 구멍이 숭숭 뚫리기는 마찬가지다. 엊그제 강원도 삼척 청옥산에서는 침투한지 6개월이 지난 정찰용 소형 무인기가 발견됐다. 약초를 캐던 인근 지역 주민은 괴 비행체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도 군이나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민·군 할것없이 그야말로 총체적 안보 위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무인기 몇 대에 온 나라가 허둥대니 북한 언론이 우리의 안보 태세를 마음껏 비웃고 조롱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북한 전략군 대변인의 조선중앙TV 인터뷰는 그 압권이라 할 만하다. 서해안 해상포격 훈련과 무인기 소동으로 남한은 ‘불판 위에 오른 개미 신세’가 됐다고 비웃은 것이다. 마치 우리의 머리에 앉아 여기저기 안보 태세를 시험해보고 그 때마다 자지러지게 놀라는 모습을 즐기는 듯한 모양새다. 실제 우리의 안보 실상은 이보다 더 허술한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무인기와 관련한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의 지적은 매우 적절했다. 우선 ‘북한의 무인기 비웃지 마라’는 제목부터가 더 없이 아프면서 가슴에 와 닿는다. 기사는 북한 무인기가 장난감 수준, 모형기 수준인 것은 맞지만 그들의 군사력 자체를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기다가는 낭패보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북한의 군사력은 세계 4위 수준이며, 아시아권 내 어느 목표라도 타격이 가능한 대규모 탄도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그 근거다. 특히 FP는 북한의 전방배치 군사력은 한국에 대해 ‘언제든 공격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 우리는 머리 위에 화로를 이고 앉아있다. 이게 냉엄한 한반도의 현실이다.
이제까지 발견된 소형무인기는 모두 3대다. 하지만 이게 전부일리는 만무하다. 얼마나 많은 북한 무인기가 우리 안방을 들여다 봤는지 알 수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대공망 감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안보의식을 제고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군의 사기 진작과 군기 강화가 시급하다. 특히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이 안보에 관한 한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사이 구멍난 안보시스템 사이로 무인기는 또 날아들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우고 있는 ‘통일대박’도 안보의식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