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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란의 아트 앤 아트> 시나브로 흐르는 안양천…공공미술의 향기 흐른다
제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개막
안양예술공원 내 ‘안양파빌리온’
옛 유유제약 부지 ‘김중업박물관’
6월8일까지 국내외 신작20점 소개

“즐거움 나눠야 진정한 공공예술”
도서관 체험 등 프로그램 다채


도시를 거닐다 보면 거대한 조형물을 만나게 된다. 돌 조각, 금속 조각, 벽화 등 종류도 다양하고 형태도 제각각이다. 이름하여 ‘공공미술’이다. 또 최근 들어 지자체들은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앞다퉈 펼치고 있다. 하지만 그 많은 작품과 프로젝트 중 시민을 매혹시키는 것은 드물다. 심지어 ‘흉물’로 지적되는 것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공공예술의 새로운 이정표를 쓰기 위해 지난 2005년 이래 다각적인 실험을 펼쳐온 안양시가 네 번째 발걸음을 뗐다. 안양문화예술재단(대표 노재천)은 국제 공공예술 행사인 ‘제4회 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APAP)’를 28일 개막했다.

안양을 ‘지붕 없는 미술관의 도시’로 불리게 한 이 프로젝트는 올해로 10년째에 접어들었다. 시(市) 차원에서 APAP를 탄생시킨 재단은 10년을 맞아 ‘공공미술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가야 하는가’를 질문했다. 여러 문제점을 성찰하고 대안을 찾았다. 결론은 ‘시민과 함께 즐거움과 영감을 나눠야 진정한 공공미술’이라는 점이다. 멋진 새 작품의 설치도 중요하지만 기존 작품을 리(re)스토리텔링해 시민과 작품 간 ‘관계’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올 주제는 ‘퍼블릭 스토리’로 정해졌다.

안양예술공원 내 ‘안양파빌리온’, 옛 유유제약 부지를 활용한 ‘김중업박물관’ 등지에서 오는 6월 8일까지 펼쳐지는 올 APAP는 국내외 유명 작가의 신작 20여점을 소개한다. 미국 현대음악의 거장 폴린 올리베로스가 안양시민과 함께 만들어낸 ‘공동소리 창작’ 과정은 가장 관심을 끄는 작업이다. ‘안개 조각가’로 유명한 일본의 후지코 나카야는 옛 안양사(寺) 터에 신비로운 안개를 피워냈다. 손으로 만져지는 조각이 아니라 비물질적 조각이란 점에서 혁신을 읽을 수 있다.

스러져가는 것들, 소외된 것들에 주목해온 배영환은 이제는 사어(死語)가 된 옛 상형문자를 황금빛 기둥 8개에 새겨넣었다. 그리곤 김중업박물관 앞 낡은 기둥들 옆에 세웠다. 소멸돼가는 것이 오늘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계될 수 있는지를 묻는 작업이다. 앤서니 매콜, 그라이즈데일 아츠, 컨플릭트 키친 등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들의 독특한 작품도 나왔다. 

빛으로 선형 궤적을 그리면서 인공 안개를 곁들여 3차원의 오묘한 공간작품을 구현한 앤서니 매콜의‘ 페이스 투 페이스’. [사진제공=APAP]

식당ㆍ주점ㆍ놀이시설이 어지럽게 난립됐던 옛 안양유원지를 예술공원화하기 위해 출발한 APAP는 지금까지 안양과 평촌 일대에 모두 92점의 조형물을 설치했다. 4회 APAP의 아트디렉팅을 맡은 백지숙 감독은 “그간 작품 설치에 초점을 맞춘 탓에 사후 관리 등 국내 공공미술이 지닌 문제점이 누적돼 있었다. 이에 39점을 보수했고, 18점은 철거했다. 일부는 리모델링했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네덜란드의 유명 건축그룹 MVRDV가 디자인해 안양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답사지가 된 ‘안양전망대’는 리모델링됐다. 작가 이불의 ‘벙커-엠’은 평촌중앙공원에서 안양파빌리온 옆으로 옮겨졌다.

국내 최초의 공공예술 전문센터인 ‘안양파빌리온’도 문을 열었다.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거장으로 꼽히는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안양파빌리온은 앞으로 APAP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파빌리온 내에 공공미술 관련 자료를 집대성한 전문도서관이 조성됐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만들자 연구실’ 등 체험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공공예술 전문해설사들이 50여점의 작품이 자리 잡은 안양예술공원 곳곳을 참여자와 함께 누비며 해설하는 ‘APAP투어’(관람료 1000원)도 시행된다. 관람객들은 안양 삼성산 푸른 녹음에 숨어 있는 작품들과 안양천 일대에 설치된 작품을 감상하며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모더니즘 건축거장 알바로 시자가 디자인한 ‘안양파빌리온’ 내부에 조성된 국내 최초의 공원도서관. 창작 워크숍도 진
행된다. [사진제공=APAP]

4회 APAP 개막과 동시에 한국 건축사에 큰 족적을 남긴 김중업을 기리는 ‘김중업박물관’도 개관했다. 김중업이 설계한 유유산업 공장을 리모델링한 박물관은 고려 때 지어졌던 안양사(寺) 터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김중업박물관은 천재 건축가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다양한 건축 모형과 사진ㆍ도면을 선보이는 상설 전시관 외에 어울마당, 문화누리관 등 모두 6개동으로 조성됐다. APAP가 끝난 뒤에는 안양시민들을 위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활용된다.

노재천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는 “김중업박물관과 안양파빌리온은 안양예술공원 내에 도보 5분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1회에 조성된 안양예술공원과 함께 한국 공공예술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APAP를 공공을 위한 문화축제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031)687-0909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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