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
과세부담 OECD회원국 최고
가업승계 세제지원은 훨씬 불리해

대한상공회의소는 27일 가업상속을 제대로 못하게 만드는 황당한 상속·증여세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개선을 촉구했다.

30억원의 유산을 3명의 자식이 상속받았다고 치자. 세금은 경제적 이익을 얻는 쪽이 내는 게 상식인데, 우리나라에서 상속은 물려주는 재산총액 기준이다. 그래서 상속받는 돈은 각자 10억원씩이라도 상속세율은 30억원 기준으로 적용된다.

가업 승계로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피상속자는 10년 이상 가업을 영위해야 한다. 갑작스런 상속자 사망으로 그 기간이 9년 11개월 29일에서 그치면 안 된다. 그나마도 기간에 따라 상속공제한도가 200억원에서 최대 500억원까지 차등 적용된다. 책임경영을 위해 사전에 가업지분을 증여해도 안 된다. 증여재산가액이 30억원을 넘으면 가업승계주식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를 받을 수 없다.

대한상의는 이날 ‘상속·증여세제 국제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최대주주 주식 할증과세를 포함해 상속·증여세율이 최고 65%에 달해 과세부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가업승계 세제 지원은 영국ㆍ독일ㆍ일본보다 훨씬 불리하다”라고 지적했다.

연매출 3000억원이 넘는 중견기업이 한국에 적을 두면 세제 혜택이 없지만, 독일이나 영국으로 본사를 옮기면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전증여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는 물려줄 재산이 30억원이 넘으면 소용이 없지만, 독일과 영국은 상속과 증여를 구분하지 않고 가업승계 세제 혜택을 적용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런 이런 업종만 가업승계로 인정한다’고 대못을 박아놨지만, 독일과 영국은 업종제한 자체가 없다. 일본은 ‘이런 이런 업종만 가업승계 인정 못한다’는 최소한의 제한만 두고 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