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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뒤 평창서 ‘강릉의 딸’ 제대로 보여줄 거예요”
심석희 “여왕 칭호 그저 민망할 뿐…
고향서 열리는 올림픽 더 잘하고파
패션화보 촬영은 재미있는 경험”


화사한 봄옷을 기대했는데 오늘도 역시 짙은 감색 트레이닝복이었다. 검은색 뿔테안경에 뒤로 질끈 묶은 머리, 여드름 자국이 살짝 남아 있는 하얀 피부. 꾸미고 말 것도 없는 100% 그대로의 심석희(17ㆍ세화여고)였다. 휴가 중에도 트레이닝복을 입은 이유를 묻자 “저희 팀 선수들은 아직 훈련 중이어서요. 제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같이 운동하려고요” 배시시 웃는다. 이 얼굴 어디에도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반바퀴를 남기고 이를 악문 채 폭발적인 질주를 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나중에 정신차려보면 이게 다 꿈일 것같은 생각도 든다”며 고개를 갸웃한다. 빙판 위에선 날카로운 승부사, 밖에선 얌전하지만 엉뚱한 소녀. 2014 소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세계선수권 3관왕의 ‘쇼트트랙 여왕’ 심석희는 지금도 꿈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패션 화보에선 강렬한 모델 카리스마를 뽐내더니,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카메라 앞에 서자 다시 수줍음 많은 쇼트트랙 선수 심석희로 돌아왔다. 심석희는 “4년 뒤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정말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며 눈빛을 빛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패션모델ㆍ김우빈ㆍ매니지먼트…이렇게 뜰 줄 몰랐어요=올림픽 후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다. 패션모델로 변신해 제법 모델 느낌 충만한 화보도 찍었고, 난생 처음 청와대를 방문해 대통령과 오찬도 함께 했다. 연예인들만 계약하는 줄 알았던 매니지먼트사(IB월드와이드)와도 손을 잡고 스케줄 관리를 받는다. 인터뷰 전날엔 이상형이라고 밝힌 탤런트 김우빈을 만나 저녁식사를 하기도 했다. 막상 만나면 쳐다보지도 못할 것같다더니 금세 친해져 이야기도 나누고 전화번호도 주고 받았단다. “너무 재미있었어요. 올림픽 봤다면서, 앞으로도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해줘서 좋았어요.” 신기한 경험 중에서도 최고를 꼽으라면 패션화보 촬영이란다. 키 175cm에 이상적인 비율을 가진 심석희는 첫 화보 촬영에도 웬만한 모델 못지 않은 표정과 분위기로 감탄을 자아냈다. “원래 좀 이쪽에 관심이 있긴 했어요. 꾸미는 걸 좋아하지만 운동하느라 그러지 못했는데, 이번에 경험해보니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예쁜 옷 입는 게 가장 좋았어요. 그런데 운동화만 신다가 높은 하이힐을 신었더니 중심잡기가 힘들어 혼났어요.” 

[사진제공=마리끌레르]

▶4년 뒤, ‘강릉의 딸’이 뭔가 보여줘야죠=심석희의 오른손 네번째 손가락에 못보던 반지가 반짝인다. ‘원조 쇼트트랙 여왕’ 전이경이 대표팀 여자선수들 모두에게 선물한 금반지란다. 오륜마크 모양이 깜찍하다. 전이경을 이을 쇼트트랙 여왕이라는 찬사에 심석희는 “아직은 좀 민망하다”며 씩 웃는다. 올림픽에서 금ㆍ은ㆍ동메달을 하나씩 수확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오죽했으면 세계선수권 3관왕(1000·1500·3000m 우승)에 오른 뒤 “올림픽 후 칼을 갈았다”는 표현을 했을까. “올림픽 계주는 저도 몇 번 동영상을 찾아볼 만큼 뿌듯했어요. 그런데 나머지 경기는 경기운영을 제대로 못했어요. 다시 올림픽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올림픽 때 보여주지 못한 걸 세계선수권 때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뻤죠.”

마음은 벌써 2018년 평창올림픽에 가 있다. 강릉 출신의 심석희는 “쇼트트랙 경기는 고향에서 열리니까 더 잘 해야죠”라며 활짝 웃는다. 배달 아르바이트 등으로 초록색 스케이트를 사준 오빠(심명석ㆍ22)에게 큰 키(183cm)에 어울리는 멋진 정장 한 벌을 선물하고 싶다는 심석희. 그렇다면 자신에게 주고 싶은 선물은 뭘까. 심석희다운 엉뚱한 답변이 돌아왔다. “저는 이 세상에 먹고 싶은 게 너무너무 많아요. 예전부터 생각한 게 뭐냐면요. 내가 죽기 전에 전세계 맛집을 다 가볼 수 있을까 하는 거에요. 모든 음식을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거든요.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쉬는 게 저한테 주고 싶은 선물이에요, 하하.”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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