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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최영진> 비정상적인 대한민국의 사법정의
염전 노예 · 경주리조트 붕괴…
정부 · 사법당국 태만의 합작품
잘못된 행위 엄정한 처벌없인
비정상적 야만의 고리 못 끊어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고 부강한 나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현실은 ‘정상적’ 국가라 차마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야만적인 일들로 가득 차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목표로 외치고 있지만, 비정상적 야만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달 우리를 놀라게 했던 염전노예 사건은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공개수색’에도 불구하고 장애인과 노숙자 등 37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발견되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토록 야만적인 섬노예 사건이 이미 수년 전부터 여러 차례 적발되었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비정상의 재연’이라는 점에서 지난달 발생한 경주리조트 붕괴사고도 닮은꼴이다. 10명의 젊은 목숨을 앗아간 이 사고는 제설작업만 제대로 했으면 피할 수 있는 비극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그 전에 유사한 붕괴사고로 3명이나 숨지는 일이 발생했음에도 이런 일이 반복되었다는 점이다. 관계자들의 안전불감증, 부실시공, 부정비리가 겹쳐 발생한 일이다. 아직도 기억이 선명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나 화성 씨랜드 화재참사와 판박이다.

여기에는 동일한 문제 구조가 숨어 있다. 개인들의 탐욕적 사악함이 무엇보다 근본적 원인이겠지만, 이를 통제해야 할 정부(공무원)의 태만과 비리 그리고 이를 준엄하게 징벌해야 할 사법당국의 안일함이 얽혀 있다. 탐욕적인 행위가 사회적으로 규제받지 않고 징벌을 감당할 수 있을 때, 개인들은 얼마든지 악마가 될 수 있다. 문명과 야만, 그리고 인간과 짐승 사이는 그리 먼 것이 아니다. 상황만 바뀌면 누구나 야만적인 짐승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국가가 필요한 것이다. 인간의 근원적 취약성을 감안한다면, 국가는 무엇을 했는지 묻게 된다. 왜 그런 행위를 막지 못했는가?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그런 일이 반복될 수 있는가?

국가의 현실적 능력을 고려할 때, 사악한 인간의 탐욕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완벽하게 보호하기 어렵다. 문제는 야만적 행위의 지속에 있다. 국가가 이런 행위를 사전에 막을 수 없다면, 재발과 지속은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선해야 할 일은 관련자들을 준엄하게 처벌해 누구든 그런 행위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무엇보다 공무원에 대한 징벌은 가혹하리 만치 엄정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기강이 서고 사법정의가 구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법처리 결과를 보면 과연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이런 야만적인 사건을 막을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몇몇 공무원이 사법처리 당했지만 준엄한 징벌로 보기 어려웠다. 그 결과가 경주리조트 붕괴사고이다. 섬노예 사건도 번번이 적발되었지만 ‘일벌백계’의 효과를 낼 만큼 징벌적이지 못했다. 지난주 방송되어 국민의 공분을 산 ‘형제복지원’ 사건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사람을 감금·폭행하고 550여명을 죽게 만든 사람이 고작 2년7개월 징역으로 자신의 죄를 털어버렸다. 최근 ‘일당 5억원 노역’ 판결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안일함과 관대함에 정점을 찍었다. 도대체 한국의 사법부에 법리가 무엇이며, 상식이 무엇인지 묻고 싶은 대목이다.

잘못된 행위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비정상적 야만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의 비정상성을 지속시키는 주범은 오히려 사법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들의 방조와 묵인 없이 이 나라의 사법정의가 이토록 몰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진정으로 정상적인 대한민국을 염원한다면, 그리고 정치권이 부정의한 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절감한다면, 일벌백계의 준엄한 사법정의를 내세우는 일부터 시작할 일이다.

최영진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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