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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 - 장용동>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의 교훈
복지예산 연 106조 시대의 비극
주거복지전달 체계 개편 필요
주먹구구식 배분 · 선정 헛발질
범정부적 전달 지원창구 절실


월세와 세금 70만원을 남기고 세상을 등진 송파 세모녀 자살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유사 취약계층 생계비관형 자살사건은 최근 한 달 사이에 무려 5건이나 발생, 벼량끝 계층의 복지정책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27만원을 낼 수 없어 결국 이세상을 하직한 사례에서 보듯 일자리를 잃어도, 병을 앓아도, 신용불량자가 되어도 매달 내야 하는 주거비용은 극빈층에 가장 큰 부담이다. 주거복지가 법제화되고 정책으로 등장한 지 15년이 흘렀음에도 한계적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극히 유감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20~35세의 독립청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조사대상자의 4%만이 주거복지대책 혜택을 경험했다는 지난 18일 본지 보도 역시 주거복지정책의 현주소를 더 정확히 지적해주고 있다. 겉만 요란하고 속 알맹이가 없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공공임대아파트 공급을 비롯해 주거급여(바우처)제도, 전세금 대출, 주거환경개선자금 지원, 주택 구입자금 지원 등 수많은 주거복지정책을 하루가 멀다고 쏟아냈다. 그럼에도 정작 필요한 계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국민이 체감하지 못한다면 주거복지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분명하다. 당장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최고의 화두였고 여당과 야당, 중앙과 지방자치단체 모두가 제각각 떠들어댔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 등 지자체는 여전히 임대주택 확대 건설 등 주거복지대책을 연일 내놓고 있다. 극빈층 일제조사도 현재진행중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허울 좋은 포퓰리즘이자 눈속임이었음이 이번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처럼 주거복지정책이 겉돌고 있는 것은 어느 계층에 집중할 것인지, 지향하는 최종 종착점은 어딘지, 어떤 수단을 쓸 것인지 하는 사회적 합의 없이 단순히 지원만을 내세운 결과다.

대학생을 비롯해 젊은층, 저출산 등을 위한 주거지원이 우선이냐, 아니면 117만명에 달하는 빈곤층을 우선 지원할 것인가, 주택매입지원책도 주거복지에 포함시킬 것인가부터 결정해야 한다. 임대주택, 주거자금 지원, 주거비용 지원으로 구분되는 주거복지대책도 이 같은 한계층 지원부터 우선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주택정책이 주거복지정책이어서는 곤란하다. 주거복지 전달체계도 문제다. 복지지원책이 부처별로 다지화되어 있고 일선 창구 역시 중첩된 경우가 허다하다. 부정수급 문제가 연례적으로 벌어지고 실제 받아야 할 계층이 빠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간 106조원대의 복지예산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117만명에 달하는 빈곤층은 전혀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기도는 아예 주거복지를 담당하는 주무창구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건축과 복지부서에서 서로 반씩 걸치고 있는 모습이다. 대상자 선정이 세밀하지 못하고 지원 내용 등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주거복지사와 같은 전문 상담인력을 양성하고 이를 자원봉사자 형태로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더 근원적인 문제는 주거복지만을 따로 떼어 구분하지 말고 범사회적, 범부처로 구성된 전담팀에서 복지지원을 담당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일자리 등 생계안정, 주거지원 등이 복합된 전달체계가 구성되고 이를 패키지로 실현, 취약계층이 삶의 의지를 강하게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방향전환이 절실하다. 국민적 인식 제고도 뒤따라야 한다. 복지를 정부만으로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 복지비용은 곧 세금이다. 따라서 기업 등 민간섹터의 동참과 활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영국의 유명 맥주회사인 기네스가 기금(트러스트)을 만들어 소외계층 지원에 적극 나선 사례는 좋은 본보기다. 비영리단체, 시민단체 등도 여기에 동참할 때 비로소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 같은 비극적 사례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장용동 대기자 ch10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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