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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기자의 만화독후감3> 연인에게 센스 만점 선물, ‘박시백 조선왕조실록’
[헤럴드경제= 김상수 기자]<만화를 좋아하시나요? 만화는 추억이자 꿈입니다. 만화만큼 남녀노소 사랑받는 콘텐츠가 또 있을까요? 슬램덩크를 보며 가슴이 뭉클했고, 둘리와 함께 꿈을 키웠죠. 코난의 비상한 머리에 감탄하고, 풀하우스의 알콩달콩 사랑얘기에 가슴이 찌릿했던 기억들. 돌이켜보면 만화는 우리에게 책과 영화에선 접할 수 없었던 소중한 추억, 지식, 감성을 선물했습니다. 좋은 작품을 공유하는 건 만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특권이자 즐거움입니다. 그 즐거움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세종시에 위치한 국립세종도서관이 개관 100일을 맞이해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대출된 책은 다름 아닌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으로 집계됐다. 조선왕조실록은 총 1893권 4965만자에 이르는, 세계기록문화유산이다. 누구나 알고 있고, 누구나 자랑스러워 하는 한국 역사의 유산이나, 누구나 접한 책은 아니다. 조선왕조실록을 침대맡으로 가져왔다는 점, 그 하나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또한, 만화의 힘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한다. 


20권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지만, 일단 재밌다. 한번 시작하게 되면 침대에서도 버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책을 놓기 힘들다. 물론 조선사 전체를 아우르다 보니 선택과 집중은 일정부분 포기해야 한다. 소위 조선사의 유명인사 개개인을 놓고 보면 한창 재밌을 무렵 끝나는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그 덕분에 추가로 지적 욕구가 생기는 건 장점일 수 있겠다. 다시 한번 ‘칼의 노래’를 꺼내보거나, ‘율곡 이이 평전’을 뒤적거리게 되는 식이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단편적으로 보이던 조선의 왕을 따라가다 보면, 대목마다 책을 놓고 자연스레 생각에 빠진다. 역사엔 가정이 없다지만, 순간의 엇갈림이 한국의 역사를 울고 웃게 만들었다. 작가 역시 이런 대목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는다. 


세종대왕의 성품을 물려받고 충실한 세자 수업으로 조선 역사상 가장 준비된 왕으로 평가받던 문종. 하지만, 미처 그 드높은 의지와 뜻을 펼쳐보기도 전에 재위 2년 4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다. 선조가 왜군의 침입에 좀 더 대비를 했더라면, 수많은 민란이 혁명으로 변모했다면, 고종이 조금만 더 세상에 눈을 떴다면, 이하응이 조금만 욕심을 버렸더라면…….

작가와 함께 탄식과 아쉬움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20권 망국을 손에 들게 된다. 현실은 어떠한가. 쿠데타로 얼룩진 한국의 근현대사, 촛불집회의 함성과 정치권의 정쟁(政爭). 추후 역사는 이 시대를 어떻게 기록하게 될까. 후세는 어떤 순간을 안타까워하며, 어떤 순간을 기뻐할까. 이런 고민을 자연스레 이어갈 수 있는, 그런 책이다.

각 인물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그림은 이해도를 높여준다. 영조의 날카로운 눈매와 항상 주위를 살피는 눈동자는 항상 견제와 균형을 중시했던 탕평의 임금답다. 정조의 풍채와 시원한 이마는 문무를 겸비한 정조의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참고로, 항상 지갑 속에서 우리를 반겨주는 세종대왕, 율곡이이 등의 모습은 지폐 속 초상화와 만화 속 모습이 꽤 거리가 있으니 유심히 살펴보시길.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어도 좋을 책이자, 연인이 함께 읽어도 즐거울 책이다. 멋들어진 포장까지 더해지니, 선물 고르기가 고민이라면, 실속도 챙기고 센스도 넘치는 선물로도 백점만점이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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