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트리마제에 무슨 일이?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두산중공업이 서울 성동구 성수동서 시공하는 초고층 고가 아파트 트리마제가 지난 19~20일 청약접수를 받은 결과 총 688가구 일반분양에 불과 23명만 청약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분양 성적이 전멸 수준이다.

이 아파트는 부유층들이 선호하는 요건을 두루 갖춰 비교적 높은 분양가에도 큰 인기를 끌 거라는 업계 전망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상황이 이렇자 트리마제 아파트의 청약 ‘참패’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트리마제는 최고 47층 4개동의 초고층으로 지어지고, 분양가는 3.3㎡당 3200만~4800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아파트다. 국내 최고가 아파트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갤러리아 포레 아파트와 인접해 있고, 풍부한 녹지공간(서울숲)과 탁 트인 한강 조망, 호텔 수준을 능가하는 시설물 인테리어 및 청소ㆍ주차(발레파킹)ㆍ조식 서비스로 분양 전부터 화제가 됐다.

트리마제 시공사 두산중공업이 분양홍보관으로 고객을 초청해 ‘와인클래스’ 이벤트를 열고 있다.

가까운 전철역(분당선 서울숲역과 도보 5분 거리), 전 세대 LED 조명 등 최신 기술을 두루 적용해 절감한 공용 관리비, 실제 골프장을 방불케하는 골프연습장 등 이 아파트는 알면 알수록 더 큰 매력을 드러내 부유층들의 마음을 한눈에 사로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아파트에 대한 부유층들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자는 이 아파트의 최소 평형인 25㎡(전용)의 임대 수익률에 주목하고 30채를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전언이다.

이렇게 높은 인기를 끈 아파트의 청약률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게 나타난 이유는 바로 그 높은 인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견본주택을 예약자에게만 공개하면서 일명 ‘VIP 마케팅’을 벌인 결과 매수 의향을 밝힌 부유층들이 많아 낮은 청약률이 필요했다는 것. 그래서 고가 아파트 분양시 필수적 과정으로 꼽히는 강남권 공인중개업소 홍보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한 강남권 공인중개사는 “분양대행사들이 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우리 동네는 필수적으로 다녀가는데 이번에는 나조차 청약일정을 모를 정도로 조용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분양 관계자는 “청약을 떠들썩하게 하면 일단 청약해놓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 시장이 혼탁해진다”며 “이미 구매 의사를 확실히 밝힌 VIP들이 있는데 청약일정을 떠들썩하게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규정상 불가피한 청약 절차는 거치되 가급적 조용히 진행해 청약률을 최소화하고, 명목상 ‘미분양’이 된 잔여 세대를 선착순 분양의 이름을 빌려 실구매 의사를 밝힌 사람에게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한 분양 관계자는 “업계에서 그런 방식을 ‘깜깜이’ 분양이라고 하는데, 주로 잘 안될 것 같은 단지를 대상으로 조용히 판매해 분양률을 늘려가는 형식인 반면, 이번 경우는 오로지 VIP만을 위한 ‘VIP 깜깜이 분양’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3순위까지 미달되면 매수자는 청약통장 없이 원하는 물건을 매수할 수 있게 되고, 공급자는 선착순 분양의 형식을 빌어 수요자를 콕 짚어서 공급할 수 있다”며 “현재의 청약 규정의 헛점을 활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