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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답하라 모피아’…저무는 모피아시대에 당황하는 재무관료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지난주 서울 서초동 한정식집에서 만난 전ㆍ현직 기획재정부 고위관료들의 화두는 단연 ‘자리’였다.

이젠 설 자리와 갈 자리가 없다는 ‘푸념’이 터져나왔다. “왜 우리만 타깃인가”하는 원망도 나왔다.

박근혜 정부에서 재무 관료들은 말 그대로 ‘아 옛날이여’다.

퇴임 후 금융권 재취업이 무난했던 호시절은 이제 끝났다. 갑자기 바뀐 환경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자리가 날 때까지 계속 기다려야 할지, 결단을 내려 민간이나 법무법인으로 가버려야 할지 헷갈린다.

1급까지 마치고 자리를 기다리는 고위 관료가 기재부에 10여명에 달한다.

현 정부 들어 중앙은행뿐 아니라 17개 시중ㆍ특수은행(수협은행 제외) 자리를 모두 민간 출신 인사가 차지했다.‘모피아(옛 재정경제부+마피아의 합성어)’ 출신들이 패닉에 빠질 만하다.

결정타는 민간 출신인 이덕훈 행장이 임명된 수출입은행장 자리였다. 수출입은행은 몇 안 되는 기획재정부 산하기관이다.

기재부는 차관 출신의 허경욱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강하게 밀었다. 그리고 될 줄 알았다. 허 전 대사는 기재부 시절 수출입은행과 직무연관성이 높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업무에 깊이 관여했고 해외 경험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관에서 봤을 땐 최적임자였다. 혹시 몰라 현직 차관 2명까지 천거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떨어졌다.

한 기재부 출신 인사는 “충격 그 자체였다”고 털어놨다. 수출입은행과 더불어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3대 국책은행 자리에 기재부 출신 인사들의 진출이 무산되면서 이제 모피아 시대는 종식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데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산하기관이 많은 타 부처들의 고위급들은 퇴임 후 재취업이 아직은 자유롭다. 기재부와는 분명 대조된다.

기재부에 시선이 집중된 틈을 타 다른 부처 인사들이나 대선 캠프 인사들이 일종의 ‘반사이익’을 누리는 셈이다.

한 금융권 고위인사는 “끈끈함의 대명사 ‘모피아’라는 말이 오히려 발목을 잡은 꼴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모피아 출신 인사들의 강점을 균형있게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업무추진력과 돌파력, 국익 차원에서 일을 한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혀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고위공무원까지 했을 정도면 ‘특 엘리트’인데 전문성을 공정하게 평가해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기재부 고위공무원들의 외부 진출이 정체되면서 인사 적체가 심각해지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국장 보직으로 가는 길목에 해당하는 부이사관(3급) 자리의 경우 18개월째 승진 인사가 한 건도 없었다.

이는 사기 저하 요인으로도 작용하는 모습이다. 기재부 모 과장은 “안 그래도 세종시 이전으로 심적 스트레스가 많은데, 선배들이 제자리를 못 찾고 헤매는 모습을 보면 더 일할 맛이 안 난다”고 털어놨다.

이제 남은 자리는 하나다. 다음달에 임기 만료되는 한국은행 임승태 금융통화위원 자리다. 코스콤 사장 자리도 공석이긴 하지만 이미 관료 출신이 아닌 사람이 낙점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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