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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한 독일, 그뒤엔 1600개의 ‘히든챔피언’ 이 있었다
사회지도층에 부는 독일 열풍
정ㆍ관ㆍ재계에 ‘독일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23일부터 5박7일간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는 네덜란드와 독일을 잇달아 방문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25~28일 독일을 국빈방문해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회담 및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박근혜-메르켈의 만남이 주목된다.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박 대통령은 동독 출신의 첫 독일 총리이자 같은 여성인 메르켈 총리와 자주 비교돼왔다. 또한 박 대통령은 대학에서 전자공학, 메르켈 총리는 물리학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이다. 오래전부터 박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를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언급해왔으며, 취임연설에서도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겠다”며 독일을 노동ㆍ복지 및 중소기업 정책의 모델로 삼았다.


새누리당 의원 54명은 작년 ‘대한민국 국가모델연구모임’ 발족식을 갖고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법ㆍ제도를 연구해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국가모델을 제시하기로 했다.

한때 대권을 꿈꾸던 야권 정치인 손학규, 김두관 씨도 현재 독일 사민당의 싱크탱크인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후원으로 베를린자유대학에 유학 중이다. 두 사람은 독일 통일, 사회복지 및 교육제도, 노동 분야 등을 연구하며 정책적 시사점을 찾고 있다.


코트라는 중소기업 ‘히든챔피언’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와 뮌헨 등을 방문하는 연수활동을 벌였고, 산업통상부도 독일에서 ‘투자유치 로드쇼’를 펼쳤다.

독일은 현재 한국 앞에 놓인 사회양극화, 분단상황, 경기침체, 복지체제 등의 난제를 먼저 겪었지만 성공적으로 극복한 뒤 세계 경제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도 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여러모로 닮았지만, 현실은 다르기에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가장 현실적이고 모범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독일을 조명하는 책들이 최근 들어 잇따라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정치 리더십 절실=‘넥스트 리더십’(메디치미디어)은 제2차 세계대전의 폐허 위에서 분단국가로 시작한 두 나라의 모습이 달라진 이유로 정치 리더십을 꼽는다.

넥스트 리더십
/김택환 지음
/메디치 미디어
저자 김택환은 1983년 독일 본대학 유학을 시작으로 30년 이상 독일과 인연을 맺어온 독일 전문가다. 저자는 독일의 성공한 8명의 총리와 그렇지 못한 한국 대통령들의 차이가 두 나라의 현재 모습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독일과 한국 지도자들을 단순 비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통치학의 대가인 플라톤, 한비자, 마키아벨리, 이황, 막스 베버의 사상과 저작을 연구하고 이들의 사상과 양국 지도자들의 리더십을 비교ㆍ분석했다.

저자는 독일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건국의 아버지 아데나워 총리부터 현재 메르켈 총리까지 단 한 명도 자신은 물론 자녀와 친인척이 부패ㆍ부정에 연루된 적이 없다. 둘째, 좌우의 기민당과 사민당이 추구하는 정치 가치가 같았다. 양당이 내건 슬로건은 ‘자유ㆍ정의ㆍ연대’로 동일했으며 사회적 시장경제 시스템을 추구하는 것 역시 일치했다. 셋째,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초한 권력분립이다. 넷째, 철저하게 검증된 인물만이 리더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다섯째, 독일 총리들은 항상 국익과 국민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실적을 쌓아갔다.

“그(메르켈)는 우둔할 정도로 천천히 움직이지만 실수를 하지 않습니다. 영국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는 ‘메르켈은 악수를 하면서 이미 눈은 다른 곳을 바라보는 그런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독일 국민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그는 말수가 적습니다. 생각을 많이 하고 주위에 많은 자문을 한 다음 결정을 내리는 겸손함과 진정성을 갖추고 있습니다.”(200쪽)

▶‘히든 챔피언’중소기업 육성이 관건=‘독일 리포트’(이지북)는 일관된 경제정책, 탄탄한 중소기업 육성, 실용적인 교육 시스템 등을 독일의 힘으로 본다. 실례로 이 책은 지난 2003년 당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발표한 ‘어젠다 2010’의 기조를 메르켈 총리가 유지하고 경제구조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유로존 위기 속에서도 독일이 버틸 수 있었다고 밝힌다. 

독일 리포트
/국민일보 특별취재팀 지음
/이지북
하르트무트 코식 독일 연방정부 재무차관은 “정부는 경제정책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상황에 맞게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좋은 정책 없이 경제안정이나 경제성장은 생각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을 계승하는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독일 경제의 성공을 낳았다”고 말한다.

김재신 독일주재 한국대사는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독일 경제가 2009년 -5.9%라는 전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기록했으나 기업들은 영미권 국가들과 달리 감원으로 대응하지 않고 최대한 고용을 유지해 실업률이 9.3% 증가하는 데 그쳤다”며 “이 같은 노사 신뢰를 바탕으로 기업 경쟁력이 개선돼 2010년 이후 신속한 경제회복의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한다.

또한 이 책은 1600여개의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 이른바 ‘히든챔피언’이 독일 경제를 탄탄하게 뒷받침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 ‘히든챔피언’은 오랜 세월 한 우물을 파며 확보한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국내 시장의 성장 한계를 해외 시장을 통해 극복하고 있다. ‘히든챔피언’의 최대 자산은 숙련공이다. 대부분의 독일 기업은 학력이 아닌 경력으로 연봉을 산정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한국과 같은 살인적인 입시경쟁의 여지를 없앴다. 이 책은 노사 간의 상생 문화와 어릴 때부터 진로 교육을 실시하고 기업과 연계한 직업교육을 통해 안정적인 인력을 충당하는 실용적인 교육 시스템이 독일 경제 발전의 비결이라고 전한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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