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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너무 친절해서 당황하셨어요?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우리가 새 정치 하겠다는 거 국민이 다 아는데 민주연합으로 당명을 정해도 되잖아요. 약칭을 새정치연합으로 가면 저쪽에서 하자는대로 다 하는 거지 뭐…”

최근 오찬 자리에서 민주당 한 의원이 한 얘기다. 이는 전적으로 그의 사견이었지만 적지 않은 민주당 의원들의 심경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당명이 결정되고 발기취지문이 공개되는 등 통합신당 뚜껑이 열리자 민주당 한켠에서는 ‘초반부터 안철수한테 접어주고 시작하는 거 아니냐’부터 ‘이러다 들러리 되는 거 아니냐’와 같은 격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 18일 새정치연합의 초안이 공개되면서 폭발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신당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정강정책을 정하기 위해 각자의 안을 접목키로 했는데, 새정치연합 초안에 60년 전통 민주당의 ‘유물’이 빠졌기 때문이다. 기존 민주당의 정강정책을 보면 통일ㆍ외교ㆍ안보 분야에서 “우리는 6ㆍ15 공동선언, 10ㆍ4 정상선언 등 남북한의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다.

새정치연합이 민주당에 건넨 초안에는 안보ㆍ외교ㆍ통일로 시작한다. 민주당이 먼저 언급한 통일을 제일 뒤로 뺀 대신 안보를 앞에 뒀다. 첫 문장도 “냉전이 끝난 세계사의 뒤안길에서 우리는 아직도 가장 위험한 남북대결을 경험하고 있다”로 톤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6ㆍ15, 10ㆍ4와 같은 민주당만의 자산을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새정치연합 입장에선 사실상 ‘과거’ 민주당과 선을 긋겠다는 것으로 당내 곳곳에서 당혹감이 감지됐다. 변재일 정강정책분과위원장(민주당)의 말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변 원장은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또 다른 민주당의 목표”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면 새로운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을 것이다. 미래지향적인 것은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은 일파만파 커져 민주당 의원들은 SNS와 문자를 통해 “반드시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상임고문들도 ‘정체성’과 ‘DJ정신’을 운운하며 발끈했다. 당의 자존심까지 잃을 수 없다는 반발이었지만, 지나치게 협조 자세로 나가는 지도부를 향한 불만이기도 했다. ‘때론 대인배도 뒤에서 욕을 먹는다’는 한 중진 의원의 푸념도 결코 이와 무관치 않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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