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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던 입은 전통소품…시대를 넘다
예올, 작고 가벼워진 유기 전시
냉장고 보존용기에 텀블러까지 다양

전통 목가구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
북유럽風 인테리어와도 잘 어울려


조선시대 그릇이 그대로 식탁 위에 올라온다면 혹은 조선시대 가구를 아파트에 들여놓는다면, 이를 보고 ‘포인트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리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 해도 현대인의 취향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한복을 평상시에 입지 않는 것처럼, 생활 소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엔 이를 모던하게 해석해낸 공예품들이 선보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모던을 입은 생활 소품은 ‘생활 명품’으로 올라섰다. 오래 쓰면서도 질리지 않는 홈 스타일링을 고민한다면 모던하게 변신한 전통 소품이 좋은 답이 될 수 있다. 
양식기 세트

▶가볍게, 세련되게…유기의 변신=무겁고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제기용품으로나 쓰이던 유기. 그마저도 목기에 밀려 제삿상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졌다. 문화재청 산하 민간재단인 ‘예올’은 ‘2013 예올이 뽑은 올해의 장인’ 사업을 통해 유기를 현대인의 생활 패턴에 맞춰 형태를 보완하고 유기가 가진 기능을 살리며, 다른 소재와의 결합을 통해 실용적인 제품들로 개발해 선보였다. 예올 프로젝트 전시를 통해 5월 23일까지 가회동 예올 한옥에서 일반에게 공개 및 판매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유기장 김수영과 디자이너 조기상의 협업으로 제작했다. 

아름 밥그릇

가장 큰 변화는 작아지고 가벼워졌다는 것이다. 현대인의 식생활을 반영해 밥그릇ㆍ국그릇 등의 식기 크기를 확 줄였다. 유광, 무광 이외 샌딩을 통한 반무광, 옻칠 가공 등 재질에서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특히, 옻칠 유기는 질감도 독특하지만 검붉은 옻칠 사이 황금색 실선처럼 보이는 유기의 반짝거림이 도드라져 모던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동글넙적한 유기 고유의 형태는 사라지고 날렵한 라인이 자리 잡았다. ‘아름’ ‘바름’으로 명명된 두개의 스타일은 현대적 느낌의 곡선과 직선을 적용했다. 밥그릇, 국그릇, 반찬그릇 등 식기 세트 외에 유기의 살균기능을 살린 냉장고 보존용기와 보온ㆍ보냉 효과를 활용한 텀블러도 제작했다. 포크와 나이프로 구성된 서양용 커트러리도 눈길을 끈다. 

바름 밥그릇

예올의 이영미 사무국장은 “전통이 현대를 만나 ‘미래의 전통’을 만든다. 사용가능한 제품, 늘 쓰고 싶은 제품을 통해 전통을 우리 삶으로 다시 가져와야 한다”며 프로젝트의 의미를 설명했다. 

냉장고 보존용기

유기에 옻칠, 바름 세트

▶북유럽 인테리어와 찰떡궁합 ‘전통 가구’=조선시대 사대부의 사랑방 주인 격인 ‘사방탁자’. 문방구류나 장식품 등을 얹어놓고 감상하기 위한 용도로 제작된 가구다. 좁은 방에서도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뼈대만으로 이루어진 간결한 모양새가 특징이다. 요즘 유행하는 북유럽 인테리어풍과도 잘 어울린다. 미술기획자이자 문화평론가인 최웅철은 전통 목가구와 조명등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선보였다. 입식 생활에 어울리도록 세로로 길게 변형하고, 서랍도 더했다. 하지만 못이나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 전통제작 방식을 고집해 사계절을 거치며 나무가 수축 팽창해도 뒤틀리거나 터지지 않는다. 

최웅철 목가구 ‘청운3’

전통 제작방식을 따르지만 아예 새로운 제품도 있다. 예올의 ‘2013 젊은 공예인 상’에 선정된 이광호 작가는 청동에 옻을 입힌 스툴과 의자를 선보였다. 2010년 안동에서 출토된 조선시대 갑옷에서 모티브를 얻어 청동주물에 갑옷 무늬를 넣었다. 그 위에 옻을 칠한 뒤 가마에 굽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가마의 온도에 따라 옻의 물성이 변하며 다양한 색상이 표현돼, 한편의 추상화가 가구에 새겨진 느낌을 준다. 사방탁자는 이달 말까지 신사동 갤러리플래닛에서, 스툴과 의자는 5월 23일까지 가회동 예올 한옥에서 만날 수 있다. 

최웅철 목가구 ‘청운4’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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