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크리더십 10회> 21세기 리더십은 ‘갈등 조정’…유연한 사회 핵심은 ‘웃음’
전문가 좌담 ‘국민들이 원하는 대통령 · 정치인 · 기업인 리더십’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
성공한 여성대통령 공통점은 통합
이젠 국회가 존재감 찾아야 할 때
기부문화 등 기업가 윤리 정립 필요

손욱 한국형리더십연구회장
대통령 옆엔 약점 보완할 인사 둬야
정당도 국민행복 등 큰 그림 그려야
재계역할 중심축은 사회공헌으로 이동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집단지성 의한 분권형 리더십 도움
대통령 정당 인정해야 정치권 리더십 발휘
국민신뢰 얻으려면 기업이 공공재역할을


불안하고 답답해하는 국민이 많다. 툭하면 재현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꿈틀대는 일본 야욕, 침체된 경제, 양극단으로 치닫는 사회, 안전 불감증이 만드는 각종 사건사고. 어느 것 하나 편안하지 않다. 소통이 아쉬운 대통령, 해가 바뀌어도 싸움만 하는 정치권, 검찰에 소환되는 재계 리더들의 모습은 더욱 미래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획기적인 변화가 절실하다. 그리고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창의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본지는 ‘국민들이 원하는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크리더십 좌담회를 개최했다. 손욱 한국형리더십연구회장(전 농심 회장),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21세기에 맞게 조정과 통합을 중요시하는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년간 보여준 리더십은 어떻게 평가하나.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대통령 지지도가 60% 이상 높게 나오는 요인은 박 대통령 특유의 리더십 안정성이라고 본다. 바위 또는 뿌리 깊은 나무처럼 흔들리지 않는 듬직함을 (대통령을 통해) 국민들이 느꼈다고 본다. 거기다가 오늘날 감성시대에 여성이라는 부드러운 이미지가 국민들 무의식 속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

▶손욱 한국형리더십연구회장=저는 아직 판단하기가 어려운 타이밍 아닌가 생각한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보면 앞부분에 기강 세우고 지난날의 잘못된 것 바로잡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다. 세종대왕도 그랬다. 지난 1년간은 굉장히 혼란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좌우, 종북 등의 혼란 속에 원칙을 세우는 모습 때문에 지지도도 올라갔다고 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박 대통령 리더십은 20세기에 맞는 리더십이다. 산업화 리더십이 끌고 가는 리더십이라면, 지금의 리더는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개념에서 찾아야 한다. 정부 기업 시장 시민사회 이런 요소들이 모두 함께 국가를 운영해 나간다. 거버넌스가 21세기에 맞는 국가운영 형태라면, 거기 맞는 리더십은 갈등을 조정하는 조정자의 모습이다.

▶최소장=‘20세기 리더십’이라는 지적에 동의한다. 20세기 리더십 특징이 견고한 위계주의, 원칙주의이다. 그런데 그런 20세기 특징이 상당 부분 먹혀들어가고 있다. 국가체제를 견고하게 하고 남북관계의 원칙을 유지하는 데 20세기 리더십이 장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21세기는 불확실성과 변화무쌍의 시대다. 중심축을 잡아주기 원하는 국민들 심리가 있는데 박 대통령의 20세기 리더십이 이를 충족시키고 있다. 21세기에 요구되는 갈등 조정 등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남은 임기 동안 박 대통령은 어떤 리더십을 보여야 할까.

▶손 회장=대통령이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라도 5000만명 국민의 지혜를 따를 수 없다. 세종대왕도 제일 먼저 한 말이 ‘나는 사람을 잘 모르니 우리 의논해서 하자’는 것이었다.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대통령은 국가의 헌법을 지키고 국민들의 뜻을 모아 그걸 가장 잘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서 일을 하게 만들면 된다. 대통령이 좋은 아이디어 내서 결단하는 것은 아니다.

▶최 소장=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장점까지 다 바꿀 필요 없다. 그 단점이 21세기 리더십의 중요한 덕목인 유연성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지도자, 성공한 여성 대통령의 공통점이 바로 통합이다. 그 핵심이 바로 인사다. 인사에 대해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문제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 고쳐야 한다.

▶신 교수=집단지성에 대한 신뢰가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만큼 박 대통령의 지식도 높다. 그렇기 때문에 장관들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대통령이 모든 분야를 잘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분권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손 회장=세종 때 예를 들면 세종이야말로 그 당시 최고의 석학이었다. 당시 책을 많이 보고 공부한 3대 학자 중 한 명이다. 자기를 끊임없이 공격하고 집요하게 비판한 황희를 끝까지 받아줬다. 자기 약점을 대신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최 소장=내 리더십을 완벽히 뜯어고치기 힘들다. 그걸 조정하고 어드바이저할 수 있는 참모들을 주위에 배치하는 게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는 길이다.


-정치권 리더십도 문제이다. 국민들의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지만, 이를 해소할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신 교수=대통령이 정당을 인정해야 정치가 리더십을 발휘한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집권만 하면 여당을 자기 부속물이라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 정치를 활성화해줘야 한다. 인정을 해주면 된다. 인정을 안 하니깐 ‘박심’ 논란이 일어나는 거다.

▶최 소장=국회가 자기 존재감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면 청와대도 어쩌지 못한다. 옛날에는 집단적 힘을 가해서 컨트롤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국회가 버티면 방법이 없다. 이제는 국회가 어깨를 펴고 자기 존재영역을 확보하고 활발하게 더 먼저 대화 제안을 하는 존재감 찾기 운동을 해야 한다.

▶손 회장=정당도 목적이 국민의 행복이라든지, 나라의 미래라든지 좀 큰 데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이 가장 아쉽다. 연수원을 제대로 갖춰 국회의원과 보좌관을 교육할 필요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 손욱 한국형리더십연구회장, 신율(왼쪽부터) 명지대 교수가 지난 3일 헤럴드경제 서울 광화문 본사에서 개최된 ‘국민들이 원하는 리더십’ 좌담회에 참석, 대한민국에 필요한 리더십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정치 개혁을 외친 안철수 의원은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

▶신 교수=안철수는 리더십이 없는 게 리더십이다. 리더십 있었다면 같이했던 많은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현상은 없었을 것이다.

▶최 소장=투명인간이라고 표현했었다. 투명인간은 보이지 않아 엄청 막강하다. 때문에 투명인간일 땐 공격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되고 인간으로 되돌아오는 순간 돌멩이가 날아오기 시작한다. 안철수는 잡초가 아니라 난초 같은 삶을 살아왔다.

▶손 회장=안철수가 융합과학대학원에 있을 때 일이다. 당시 융합대학원 학과 사이에는 벽이 있었다. 융합을 하는 데 학과 벽이 있으면 되겠냐며 교수들을 설득해 굉장히 조용하게 벽을 없앴다. 당시 교수들은 굉장히 감탄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정치에는 안 맞아보인다.


-경제민주화 바람 속에 재벌들이 검찰에 오가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재계 리더십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손 회장=삼성 이병철 회장의 50년 동안 경영이념은 ‘사업보국’이었다. 국가 이익에 맞는가 아닌가를 제일의 기치로 내세웠다. 80년대 들어 사업보국만 가지곤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수 없었다. 그래서 88년 이건희 회장이 취임할 때 자율경영을 제일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그 밑에 인간존중을 함께 뒀다. 21세기에 맞는 스타일이 뭐냐. 개개인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만들어주는 것이며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착한기업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재계를 이끄는 전경련의 역할은 어떠한가.

▶손 회장=이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공생관계를 다하는 CSV(Creating Shared Value) 주체가 되어 사회에 공헌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많은 국민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부족하니까 기업들의 윤리적인 문제가 터지는 것이다.

▶신 교수=재벌기업들에 대한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은 두 가지 때문이다. 부의 축적에 정통성이 없고 기업이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인이 3대 세습, 4대 세습한다면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까.

▶최 소장=기업가 윤리가 필요하다. 우리는 미국의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과 같은 기부문화가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대기업들을 범죄집단처럼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덧씌우면 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소수의 기업가들의 윤리를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기업들이 자신감 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크리더십으로 ‘통일 대박’ 이룰 수 있을까.

▶신 교수=독일에서 10년 유학생활을 했다. 통일 전 5년과 통일 후 6년을 살았다. 통일은 절대 대박이 아니다. 통일을 감성적으로 바라보면 안된다. 현실적인 얘기다. 독일 통일되고 나서 동독 하루에 3000명씩 인구가 줄어들었다. 자살하는 게 아니라 서독으로 내려왔다. 독일 통일 20년이 지났으면서도 사회적 통합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최 소장=통일이 금방 되면 황금 쏟아질 것 같은 환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상당히 치밀하고 냉철하게 준비해야 한다.

▶신 교수=사회적 분위기가 창의성을 허용해주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 창의성이라는 건 비판력으로부터 나온다. 먼저 지금의 대학입시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서울대와 명지대 학생 차이는 수능 2개 더 틀린 것이다. 애들 능력은 비슷하다. 대학 서열화 어떤 식으로든 없애야 한다. 거기서 창의력을 이야기할 수 있다.

▶손 회장 =21세기 창의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4대 자본이 있다. 경제적 자본, 물적 자본, 인적 자본, 신뢰와 믿음 같은 사회적 자본이다. 사회 갈등은 신뢰가 없어서 발생한다. 통일 문제도 국민들이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신문화연구원의 역할을 제대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최 소장=크리더십은 예전에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가 주요 골격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틀을 깨는 게 창조다. 깨뜨리려면 사회가 유연해져야 한다. 유연함의 핵심은 웃음이다. 정치권도 대통령도 기업도 웃음(유머)이 넘치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정리=박도제ㆍ이정아 기자/pdj24@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