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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정세창> 산재보험 법개정이 가야할 방향
우리나라의 산재보험은 1964년 도입됐다. 산업재해로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한 피해근로자나 가족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토록 하는 사회보장 기능을 수행한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은 산재보험 대상을 확대해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려는 법개정을 진행 중이다. 국민의 기본생활 보장을 위한 이 같은 노력은 바람직하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간과하는 부분은 없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특히 이번 산재보험법의 개정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적용예외 신청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가입률을 높여 실질적 보호를 강화하자는 취지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자영업자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그 직종의 다양성만큼 그 특성과 보호 형태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한다면 큰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현행 산재보험법은 보험설계사, 콘크리트믹서트럭 기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원, 퀵서비스 기사 등 6대 특수형태근로 직종에만 적용된다. 이들 직종 중에는 실질적인 강제가입의 필요성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어떤 직종은 강제가입이 오히려 개인 복리후생 수준을 후퇴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생명보험회사 소속 보험설계사의 경우 회사가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는 단체보험과 본인이 보험료의 50%를 부담하는 산재보험을 선택한다. 그런데 향후 법개정으로 산재보험에 강제로 가입되게 되면 오히려 보장의 수준이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설계사는 일정한 지역이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활동하는 직종이다. 만약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업무연관성을 증명하기가 어렵다. 이에 따라 보험설계사는 보험사고 시 업무연관성을 증명해야 하는 산재보험보다 보장범위가 넓고 보험료의 부담이나 업무연관성의 증명도 필요없는 단체보험을 더욱 선호한다. 실제로 이는 2013년 보험연구원에서 조사한 ‘보험설계사의 법적 지위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산재보험보다 단체보험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75.7%로 압도적이다.

이처럼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고, 개개인의 복리후생에 역행할 개연성이 있다면 당사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민영보험이 사회보험을 대신한다는 우려도 나오겠지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만 적용되는 것으로 문제의 소지는 없다.

일반 근로자든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든 각종 위험으로부터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이를 위해 노력하는 정부당국과 정치권의 노력에도 적극 찬성한다. 그러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낮은 산재보험 가입률을 제고하기 위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 가입토록 하는 것은 오히려 당사자의 복리후생을 후퇴시킬 수 있어 우리 사회가 원하는 진정한 복지의 지향점과 배치될 수 있다.

오히려 6개 직종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강제가입보다 산재보험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직종을 검토하여 직종을 확대하는 것이 취지에 더욱 맞는다. 또한 사업주가 부담하는 단체보험이 없는 사업장에 한해 산재보험의 가입을 강제하는 것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처우 개선에 더욱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보아진다.

정세창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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