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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취재]동네식당 대박비밀 알고봤더니…
[헤럴드경제=최남주·박병국 기자]한국인들의 1일 나트륨 섭취량은 4831㎎(2011년 기준)으로 이는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시한 1일 나트륨 권고량인 2000㎎의 2.4배 이상이다.

나트륨과다 섭취는 고혈압 등 뇌혈관 질환의 주원인이 되며, 지난해 통계청이 내놓은 ‘2010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뇌혈관 질환은 암에 이어 한국인의 사망원인 2위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짜게 먹고 있는 것일까. 본지가 맛집으로 이름난 대박식당 취재를 통해 짜게 먹는 한국인들의 식생활을 엿봤다.

식약처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간이염도측정기(염도기)를 통해 해당 식당 음식의 염도를 측정했으며, 음식별로 명확한 염도 기준이 아직 나와 있지 않은 관계로. 서울시와 함께 저염식단을 꾸려 제공하는 음식점을 찾아 그 기준으로 삼았다. 


지난 10일 찾은 서울 종로구의 한 유명 김치찌개 집. 저렴한 가격에 맛 또한 기가 막혀 인근 직장인 들을 끌어 모으는 곳이다.

라면 사리가 익어가면 그것부터 건져 먹고, 신묘할 정도의 맛을 내는 익은 김치, 빨간 국물을 하얀 쌀밥 위에 얹어 먹다, 국물이 쫄아들면 밥그릇채로 쏟아 넣어 남김 없이 긁어 먹는 그런 …

먼저 김치, 콩나물 등의 반찬이 먼저 놓인다. 곧 있으니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김치찌개가 테이블 앞에 대령됐다. 


염도기를 살짝 담궜다. 순간 1.8%를 기록한 염도기는 몇 초가 지나자 1.4%(서울시와 함께 저염식단을 꾸려 제공하는 강서구의 한 외식업체에서 기자가 젠 김치찌개 염도는 0.9%)에 멈춰서며 바르르 떨기 시작했다. 어릴 때 자주먹는다고 부모님한테 혼이 나던 라면, 그 라면의 염도가 0.7%이었으니 라면보다 2배는 짠 셈이다.

옆 테이블에 사람들에게 “짜지 않느냐”고 슬쩍 물었다. 이구동성, “짜지 않다. 입맛에 맞다. 김치찌개가 원래 이렇다”고 대답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영양성분데이터베이스’와, ‘나트륨 섭취량 주요 급원 식품 표’에 따르면 김치찌개 속의 나트륨이 1962.14mg, 반찬으로 제공된 김치가 278.86㎎(하루 평균 섭취하는 김치 안 나트륨 양을 아침, 점심 저녁 각각 1/5, 2/5, 2/5 가중치를 둬 나눈 값) 등으로 이날 먹은 나트륨은 최소한 2200㎎ 이상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가 권장하는 1일 권장 나트륨 섭취량 2000㎎을 한끼로 넘겨 버렸다.


이번에는 종로에 있는 유명 순대국 집을 찾았다. 기자 앞에 30대로 보이는 남성이 한명 앉는다. 기본 반찬이 먼저 놓이고 순대국이 뚝배기에 담겨 온다. 숫가락으로 국물 맛을 확인한 남자는, 새우젓을 한 스푼 떠 순대국에 탔다. 다시 맛을 본 남자, 쩝쩝거리며 다시 새우젓 한 수푼을 더 탄다. 숟가락을 입에 가져다 낸 남자는, 그제서야 만족한 표정이다.

식사 막바지.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먹던 그 남자는, 뚝배기를 입에다 들고 조금씩 들이키기 시작했다. 남자가 일어난 자리에는 바닥을 드러낸 뚝배기가 기우뚱 기울어져 있다. 이날 기자 역시 순대국을 하나 주문했다. 염도기로 측정한 순대국은 0.5%, 다대기를 넣고 새우젓까지 타니 염도는 점점 올라가 0.7%에 멈춘다. 컵라면 염도와 같은 수준이다. 


남자는 컵라면 만큼 짠 순대국물을 통채로 들이킨 것이다.

굳이 맛집이 아니더라도 짜기는 마찬가지다. 용산구의 고기집에서 함께 파는 된장찌개, 인근에 있는 분식집의 부대찌개, 그리고, 종로구에 있는 육개장의 염도는 모두 0.8%씩으로 모두 라면의 염도 보다 높은 수준이다. 된장찌개 한끼 나트륨 섭취량은 2456.29㎎(된장찌개 2021.0㎎ 김치 278.86㎎, 깍두기가 156.43㎎), 부대찌개 한끼가 3099.5㎎(부대찌개 2664.21㎎ 김치278.86㎎, 깍두기가 156.43㎎), 육개장이 3288.38㎎(육개장 2853.09㎎, 김치278.86㎎, 깍두기가 156.43㎎)이다.

한국인들의 1일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010년 4878㎎, 2011년 4831㎎ 2012년 4583㎎ 으로 줄어드는 추세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강백원 식약처 영양안전정책과장은 “WHO 권장량까지 맞추는 것이 현재 최종 목표”라면서도, “국물이 곁들어져야 하는 식습관 등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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