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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강우현> 괴짜관광 살리기
여행지를 돌아보지도 않고
관광활성화 외치는 건 어불성설
무림의 ‘괴짜’ 들을 깨워라
그들이 관광콘텐츠의 寶庫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닌 나의 졸업성적은 162명 가운데 157등이다. 어디 대놓고 말할 수 없는, 영락없는 꼴찌다. 다행히 학교에는 미술반이 있어서 취미와 특기를 살릴 수 있었고, 부모님께서도 성적에는 관대하셨다. “넌 공부는 안 하고 만날 그림만 그리냐?” 학교 시절에는 이런 놀림을 받으면서도 그림그리기에 몰두해서 미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만일 학교 성적이 중간쯤이라도 되었다면 취업도, 진학도 어려웠을 것이다. 꿈에 가까이 갈 수 있었던 것은 학교 차원에서 특별활동을 장려하고 부모님이 자식의 취미와 특기를 살릴 수 있도록 방관(?)해 준 덕택이다.

정용진과 이가연, 올해 남이섬에 입사한 고졸 신입사원이다. 조경과 원예 전문가를 꿈꾸는 두 사람은 꽃나무들과 씨름하며 현장 경험 중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원예조경사가 되고 싶단다. 양하은, 학교 공부보다 그림이 좋아 고등학교를 중퇴한 검정고시 준비생이다. 미대 진학에 실패했지만 재수를 해서 들어가도 남들보다 그리 늦진 않다. 그나마 지금은 학과 선택을 바꿔볼까 고려 중이다. 꽉 짜여진 공부지옥으로부터 탈출해서 자유로운 상상세계를 펼치고 싶단다. 정유정, 대학 1학년을 마치고 1년 동안 섬에서 마당청소와 고객안내, 환경미화, 홍보영상 제작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고 복학한 여학생이다. 콘텐츠학과에 다니지만 책이 아닌 현실에서 부대끼며 콘텐츠의 실질적인 쓰임새를 찾아 만들고 싶어서란다. 시대 변화를 교과서가 미처 따라잡지 못하는 걸 진즉 알아챈 생각들이 기특하다. 부모나 주변의 반대가 없었을까? 미지의 세계에 모험을 거는 괴짜 같은 젊은이들은 이들만이 아닐 것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이런 창조적 도전자들을 이단시한다.

나이 든 괴짜들도 부지기수다. 수집가나 발명가들. 노벨문학상과 헤르만 헤세, 피노키오 등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이상영 씨를 비롯해 유물에서 하찮은 용품에 이르기까지 일평생 수집광으로 살아온 컬렉터들의 생활터전은 대부분이 보물창고다.

한때 ‘선택과 집중’이 경영전략의 핵심으로 떠올랐지만 지금은 ‘선택과 연계’의 시대다. 수많은 콘텐츠들을 횡으로 엮고 종으로 쪼개서 다시 덧붙이는 창조시대다. 남다른 걸 만드는 것이 창조, 남다른 방식으로 먹고 사는 게 창조경제다. 그렇다면 젊은 괴짜를 비롯한 컬렉터나 발명가들을 포함한 무림의 괴짜들, 그들이 지니고 있는 무한한 콘텐츠들을 잠에서 깨워야 한다. 그리고 목적에 따라 뒤섞어서 엮어내는 지혜를 모을 때다.

한 달 전, 정부에서는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한 확대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이 자리에서는 여러 부서로부터 다양한 대책과 아이디어들이 발표되었다. 5월과 9월에는 관광주간을 설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시점은 관광과 행락객들이 전국에 넘치고 도로는 몸살을 앓는 시기다. 관광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진정성이 있다면 관광주간은 비수기로 바꾸는 것이 옳다.

관광은 타고 걷고 보고 듣고 먹고 놀고 자고 만지고 만들고 즐기는 삶의 종합편이다. 주관부서뿐만 아니라 외교 국방 경제 사회 산업 등 모든 부서에 연계되어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정부나 지자체 주관회의만 지방에서 순회 개최해도 지역관광에 도움이 된다. 의원이나 공무원들의 출장 시, 관광지를 돌아보는 것조차 금기시되는 현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행지를 돌아보지 않고 관광 활성화를 외치는 건 말이 안 된다. 관광 콘텐츠 부족을 논하는 이들, 헤아릴 수도 없는 괴짜들을 돌아보라. 그들이 콘텐츠의 보유자이고 과학과 예술문화까지 결합하면 모두 생성자들이다. 실패한 사업가들, 휴면특허들, 잠자는 컬렉션과 학교를 중퇴하고 자신의 길을 개척해가는 젊은이들이 국내 관광 콘텐츠의 보고이다.

강우현 상상디자이너 · 남이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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