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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현실화된 의료파업…국민은 안중에 없나
결국 의사협회가 10일 하루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원격의료와 영리 자회사 허용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한다며 이날 오전부터 청진기와 메스를 내려놓았다. 당초 예상과 달리 종합병원 전공의들까지 참여해 생각보다 판이 커지는 모양새다. 더구나 앞으로 있을 정부와의 본격 협상 결과에 따라, 초유의 의료대란 재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의사들의 대규모 집단휴진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14년 만이다. 당장 이날 아침부터 이곳저곳 동네 병의원에는 휴진 안내문이 붙었고, 실제 많은 의사가 오전부터 진료를 중단했다. 혹시나 해 와 봤던 동네 환자들은 문을 연 인근 다른 병원을 찾느라 발을 구를 수밖에 없었다. 의료 기반시설이 부족한 비도시 지역 환자들이 믿었던 의사 선생님들의 진료 파행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통상 월요일은 환자가 가장 많은 날이었기에 집단 휴진의 후유증은 꽤 커 보였다. 기존 입원 환자들도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게 아닌가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새벽부터 전국 공공의료기관 진료시간 연장 등 비상체계를 가동했지만 하루 정도 넘기는 수준의 미봉책일 뿐이다.

의협은 이날 ‘맛보기’ 집단휴진 후 11일부터 23일까지 ‘주 5일ㆍ40시간 근무’의 준법진료 및 근무로 투쟁 수위를 조율하다 24∼29일 전면 집단휴진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의협은 겉으로는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 반대를 명분으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의료수가 인상 등이 숨어 있음은 이제 알 사람들은 다 안다. 그렇다고 정부 정책에 동의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지킬 것은 다 지키면서도 얻을 것은 모두 얻자는 심보다. 정부와 협상 채널까지 만들어 놓고는 본격 시작도 하기 전에 “맛부터 봐라”는 식으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국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노동계 불법 파업 작태와 다를 게 무엇인가. 명분 없는 파업이며 부도덕한 파업이다.

의협은 이런 국민여론을 의식한 듯 “의사도 국민이다”고 항변하고 있다. 자신들에게도 먹고 살 길을 찾아 달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보아 대한민국에서 의사들은 평균 이상의 국민이다. 이 순간에도 배고픈 의사보다 몸이 편치 않은 환자들이 훨씬 더 많다. 어떠한 이유로도 국민의 건강권을 볼모로 잡아선 안 된다. 지금은 존경받는 의사의 모습이 필요한 때다. 정부와 하루 빨리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아 현명한 답을 찾아야 한다. 국민들이 의사 눈치 보게 하는 건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정신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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