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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 - 김건> 시대에 적합한 연구를 하고 있나
과학기술 분야에서 연구 주제나 구체적인 연구 내용은 시대 상황, 더 구체적으로는 시장 상황에 따라서 변화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때에 따라서 느리게 변하기도 하지만, 아주 급격하게 진행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연구를 왜 하느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인류에 보탬이 되는 일이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바탕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연구 분야나 주제에 대한 변화는 신중해야 하고, 많은 경우에 변화의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두고 보았을 때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고, 과거에는 매우 중요했던 연구가 지금은 거의 무의미한 경우도 없지 않다.

우리와 친숙한 카메라를 생각해보자. 지금도 필름 카메라나 필름 자체에 대한 연구를 50년 전만큼 수행하고 있다면, 다들 의아해할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의 빠른 발전은 필름과 필름 카메라를 제조하던 굴지의 코닥을 파산보호 신청으로 내몰았다. 사회를 바꾸는 새로운 과학기술의 등장은 과거 기술에 의존하던 기업들을, 더 크게는 산업 자체를 거의 사라지게 만든다.

제빙기술과 냉장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과거 겨울에 얼음을 채취하고 그 얼음을 여름까지 보관해야 했던 빙고 산업(우리나라는 국가가 동빙고와 서빙고를 만들고 관리했다)이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과학 기술의 변화로 생기는 이와 같은 예를 많이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장기적으론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를 성장시킨다. 그렇지만 기술이 태동하고 사회에서 진화해 나가면서 기존 시장은 좁아지고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된다. 특히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면 경제는 이에 적응한 새로운 종류의 세포(기업)들을 탄생시키고 필요가 없어진 세포를 사멸시키면서 자기를 진화시키곤 한다.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면 새로운 평형점을 찾아 부는 재편되고 사람들은 새로운 사회에 적응해야 한다.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어쩌면 급격한 파괴적 혁신의 시대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화석연료 기반의 시대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다. 화석연료는 몇십년 내에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은 아니며 분명 한계가 있는 재원이다. 2000년 영국석유회사 BP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당 이용 가능한 원유량은 이미 정점을 지난 것 같다.

우리가 유전을 찾는 속도보다 세계 인구는 더 빨리 늘었다. 그리고 인류의 대다수가 살고 있던 개도국들이 신흥국가로서 선진국들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 화석연료 사용은 속도를 더한다. 석유 가격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발전이나 산업들은 현재와 전혀 다른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대표적인 에너지 형태인 전기산업이 자본집약적이며, 일단 발전소가 건설되면 수십년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는 이미 새로운 도전과 기회의 시기를 놓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시대에 적합한 연구를 하고 있는지 연구자들은 항시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의 연구를 시장의 진화에 걸맞게 발전시켜야 한다.

김건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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