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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김석동> ‘新실크로드’ 연결하는 중앙아시아
“중앙亞 지배하는 자가
세계의 권력을 얻을 것”
자원의 보고 · 동서교류 중심
한민족에도 기회의 땅 될 것


중앙아시아는 소련붕괴, 중국개방 전까지는 우리에게 관심 밖의 땅이었다. 그러나 이 지역은 오래 전부터 기마유목민 활동무대의 중심이었고 흉노ㆍ돌궐ㆍ몽골의 서구진출 교두보였다. 중앙아시아 지역은 투르키스탄으로 불렸고 이는 튀르크인의 땅이란 뜻이다. 서투르키스탄은 460만㎢(우리나라 46배)에 달하는데 소연방 붕괴 후 카자흐스탄, 키르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프가니스탄으로 분리ㆍ독립했다. 동투르키스탄은 청나라의 지배를 받아오다 잠시 독립했으나 다시 중국에 편입돼 신장위구르자치구가 됐다.

몽골고원을 평정한 흉노제국(BC 3세기~AD 2세기)은 중앙아시아 지역 일대를 정복하고 실크로드를 장악해 대제국을 건설했다. 이후에도 기마유목민족인 유연, 돌궐, 위구르, 셀주크튀르크, 몽골, 차카타이 한국, 티무르제국이 차례로 패권을 차지하였다. 이후 지금 중앙아시아라 불리는 나라들은 청ㆍ영국ㆍ러시아 등이 각축하다가 1880년대에는 러시아가 대부분을 장악했다. 소연방은 이 지역을 수개의 공화국으로 분리 통치하면서 영국 등 해양세력과 경쟁하기 위해 국경지역의 철도건설에 나서 1904년 ‘중앙아시아철도’를 개통했다. 철도는 곧 내륙인 이 지역 경제활동의 돌파구가 되었고, 총 2만㎞가 넘는 방대한 규모다.

중앙아시아의 민족은 유목민 후손으로 튀르크계가 대부분이나 소수민족도 혼재해 있다. 종교적으로는 751년 탈라스전투에서 압바스 왕조가 당나라군을 격파하면서 중앙아시아 전 지역으로 이슬람이 확산됐다. 현재 이 지역은 천연가스, 석유, 석탄이 대량 매장되어 있는 자원의 보고다. 중동의 걸프만과 러시아 다음으로 많은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카스피 해 연안지역까지 포함해서 보면 이 지역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될 수밖에 없다.

중앙아시아 지역은 이제 또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앙아시아를 지배하는 자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권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지정학적 주장도 있다. 그동안 러시아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으나 2001년 9ㆍ11테러 이후 미국이 눈에 띄게 진출하고 있으며 중국도 신장위구르 지역을 지배하고 있는 입장이어서 관심이 지대하다.

중앙아시아는 실크로드의 관문으로 스키타이 이래로 몽골 그리고 이후 18세기까지 동서 문명교류의 중심이었다. 중앙아시아는 우리나라와 생활ㆍ문화ㆍ언어적으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북방 알타이문명에 같은 기원을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는 동서문명의 교역로인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며, 신라ㆍ발해ㆍ고려시대에 이미 실크로드의 소그드인 등을 통해 중앙아시아와 교류해왔다.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드 아프라시압 궁전 벽화에서 고대 한국 특유의 복식을 하고 있는 2명의 사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고구려 벽화에서도 중앙아시아인을 볼 수 있다. 고대로부터 이들 지역과 교류가 깊었다는 얘기다.

역사를 국경의 개념보다 인간의 활동ㆍ이동ㆍ교류라는 ‘삶의 흐름’의 관점에서 파악하면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으며 특히 유라시아 기마유목민족사가 그렇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의 고대역사도 만주ㆍ몽골ㆍ중앙아시아ㆍ메소포타미아 등까지 연결하여 교류와 이동의 시각으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중앙아시아 지역을 비롯한 유라시아 스텝지역은 과거 2500년간 한민족과 뿌리를 같이하는 기마군단이 활약해온 땅이다. 중앙아시아에는 한인(고려인)이 1937년 강제 이주된 후 70년간 거주한 지역으로 지금도 30만명 이상이 살고 있다. 중국ㆍ미국ㆍ일본 다음으로 많은 한인이 사는 곳이다. 이제 중앙아시아는 우리에게 새로운 지평으로 다가오고 있다. 21세기 동서교역의 중심무대, 신실크로드로 부상하는 이 지역에서 한민족의 비상을 기대해본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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